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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할리우드 영화도 사극 열풍이다. 거대한 스케일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액션, 풍부한 상상력 등 할리우드의 장점의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사극이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영화시장에서 충무로 사극과의 일대격전이 불가피해졌다. 충무로 사극이 주로 중세인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민초들의 '저항'을 담았다면 할리우드 사극은 고대 신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영웅 찾기'에 나선 것이 차이점이다.
◇할리우드영화도 '사극' 쏟아져=올 들어 한국을 방문하는 최초의 할리우드 사극은 고대 로마시대인 79년 화산폭발로 사라진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 폼페이를 다룬 '폼페이:최후의 날'이다. '레지던트 이블' '삼총사 3D' 등 감각적인 연출로 명성을 얻은 폴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다. 아름다운 고대 도시 폼페이와 사상 최대 규모였던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담았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안배해 짜임새를 높였다. 2월20일 전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이어 3월6일 개봉하는 '300:제국의 부활'은 '폼페이'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기원전 480년 세계 4대 해전 중의 하나라고 평가받은 살라미스 전투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게임 같은 전투 장면으로 국내에서도 흥행한 2007년의 '300'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전편이 10만 페르시아군과 300명의 스파르타 군단이 싸운 테르모필레이 전투를 다뤘다면 이 영화에서는 이후에 벌어진 페르시아 해군과 그리스 해군 간의 해상전투를 담았다. '300'과 '맨 오브 스틸'의 감독 잭 스나이더가 제작을 맡고 노암 머로 감독이 새롭게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월 개봉을 앞둔 '노아'는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성서의 창세기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거대한 스케일로 재연한 작품이다. 인류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가족과 생명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스토리다. '블랙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연출을, 주인공 '노아'역은 러셀 크로우가 각각 맡았다.
한편, 한국 개봉이 아직 예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지난 10일 개봉된 영화로 레니 할렌 감독의 '레전드 오브 헤라클레스'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담았다.
◇고대 신화에서 현대적 '영웅 찾기' 나서=할리우드가 과거로 가는 까닭은 단순하다. 이야기와 볼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소재고갈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최근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 매년 고대를 찾는 사극이 한두 편 나왔지만 올해는 특히 많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그 스타일에 있다. 올해 개봉되는 한국영화 사극은 '해적:바다로간 산적''군도:민란의 시대' '역린' '명랑-회오리바다' 등 주로 조선시대물이다. 그리고 지배계급이나 외세에 저항하는 민초들의 저항을 다룬다. 이런 경향은 어지러운 현 상황에 맞물리며 한국 영화의 공통소재가 돼왔었다.
이에 비해 할리우드 사극의 공통소재는 '영웅 찾기'다. 슈퍼히어로 류의 영화가 할리우드 기술을 통한 판타지의 옷을 입고 사극물로 확장된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영웅이 드문 중세가 아닌, 고대 혹은 신화의 시대가 된 이유다. 고대 그리스의 전쟁영웅 테미스토클레스를 비롯, 노아, 헤라클레스 등이 올해 영화의 주인공이다.
물론 이런 슈퍼히어로식 사극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통할지는 의문이다. 올해 극장가는 '저항'을 주제로 한 충무로식 사극과 '영웅 찾기'의 할리우드식 사극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할리우드식 영웅 스토리와 거대한 스케일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사극 열풍은 미국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