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베어 그릴스, 이 남자가 사는 법

■ Bear Grylls 뜨거운 삶의 법칙

베어 그릴스 지음, 김미나 옮김


베트남 정글에서 손가락 절반이 잘려나가고, 캐나다 유콘강과 코스타리카에서는 머리 위로 바위가 떨어졌다. 미국 몬태나주에서는 갱도가 붕괴되고, 호주의 바다악어와 보르네오섬의 뱀과도 조우했다. 캐나다 로키산맥을 내려오다 썰매 날에 허벅지를 찍히고도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아직 살아있으니까."

이 정도면 짐작하겠지만 저자인 베어 그릴스는 작가이자 탐험가다. 그것도 영국 특수부대 SAS에서 훈련받고, 23세의 나이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해 당시 기네스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고 신산스러운 유년시절이나 청년기를 보낸 것은 아니다. 진외조부(아버지의 외조부)가 기사 작위를 받은 하원의원이었고, 할머니와 아버지 역시 대를 이은 정치가 집안이었다. 본인도 이튼스쿨과 런던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재원.


그를 이끈 건 역시나 해병대 특공대 출신인 아버지가 심어준 도전의식과 모험에 대한 동경, 그리고 남이 한다고 뻔하게 따라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크고 작은 모험 이후 특수부대 SAS 대원이 됐고, 불운하게도 공중낙하 훈련 중 척추뼈 3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다. 평생 못 걸을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진단 속에 재활을 견뎌낸 그의 다음 일정은 에베레스트. 그의 말처럼 '애초부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없도록 만들어진 죽음과도 같은 구역'에서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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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담담하다. "흉터와 부러진 뼈들, 끊어질 것처럼 아픈 사지와 욱신거리는 등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들은 내게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작은 암시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저 아마도, 내가 인정할 수 있는 것보다 실은 내가 훨씬 더 연약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그는 디스커버리채널의 극한모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직접 출연하며 전세계 누구도 가보지 않은 곳, 도전하지 않은 것을 시험하고 있다. 이미 '인간과 자연의 대결'은 180개국 12억 시청자가 지켜봤다. 아내와 아들 셋을 가진 가장으로서도 극한 도전에 대한 주저함이 없는 걸까. 악명 높은 SAS 선발시험에 떨어지고 재도전하는 장면에서 그는 이같이 적었다.

"믿는 만큼 이루는 법이다. 스스로에게 그만한 자질이 없다고 자꾸 되뇌다 보면 진짜로 그게 현실이 된다. 그러나 의심 대신 희망을, 두려움 대신 용기를, 자기 연민 대신 자부심을 갖는다면 진짜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만4,8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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