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기금 수익 줄줄이 새는데도 몰랐다니

증권사들이 정부 기금의 여유자금을 운용하면서 약정보다 많은 수익이 나면 운용자산인 기업어음(CP) 등을 다른 고객에게 싸게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에 따르면 지난 6년간 4개 정부부처·기관의 기금 여유자금 14조원을 종합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로 운용해온 한 증권사는 이런 방식으로 1,200억원의 수익을 빼돌린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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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실이 증권사의 4개 기금운용 내역을 들여다보고 전직 펀드매니저로부터 실태를 파악해 도출한 결론이니 신빙성이 있다. 사실이라면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난으로 복지 디폴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 다른 한쪽에서는 부실한 기금관리로 수천억원이 새나가고 있었던 셈이다. 기금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와 불법·편법적인 자산운용을 차단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왜 이를 적발해내지 못했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증권사의 기금수익 빼돌리기는 고객이 맡긴 돈을 증권사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 투자하고 관리해주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통해 이뤄졌다. 64개 정부 기금의 여유자금 가운데 이런 식으로 운용되는 게 5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실태는 의외로 허술하다. 일반 펀드는 매각시 공정가격을 따르게 돼 있지만 CP 등은 그런 강제규정조차 없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맹점을 악용해 특수 고객들의 수익률이 약정을 밑돌지 않게 관리해온 모양이다. 증권사 운용인력들이 기금에 안겨줘야 할 수익을 대기업이나 임직원 가족에게 넘겼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금감원과 수사당국은 전면적이고 철저한 검사·수사에 착수해 사실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불법·편법이 횡행하지 못하게 기금운용지침이나 관리감독 시스템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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