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포스코 사태와 건설업

포항 지역 건설노동자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가 농성 가담자에 대한 무더기 구속이라는 결과를 남기고 최근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불법 행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어려운 근로 여건의 건설노동자들을 동정하고 이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점거를 강행한 노동자, 당사자가 아니면서 점거를 당한 포스코, 개입하기 곤란한 정부 모두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건설 업계에 종사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사태에서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떠나 최근 다른 업종에 비해 건설노동자들의 시위가 많아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 사태 외에도 대구 건설노동자의 잇단 시위 등 건설업 노동계가 심상치 않다. 이 같은 사태의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건설업 전반의 불황이 자리 잡고 있다. 건설경기의 위축이 가뜩이나 생계가 불안한 건설노동자들을 더욱 동요시키고 있는 까닭이다. 당장 소득도 시원찮은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내일 일감이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현실이 건설노동자들을 거리로,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다. 올들어 5월까지 건설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3.1%나 감소했다. 착공 면적은 12.5% 줄어들었다. 분양 현장도 심각하다. 건설 업체들의 공급 실적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일부 분양에 나서는 업체들의 계약률을 살펴봐도 20%대 미만인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 수치상으로도 건설경기의 침체를 알 수 있지만 건설 업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침체는 더욱 심각하다. 경기사이클이나 전반적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건설경기가 가라앉는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의 침체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인위적인 부동산 억제정책이 건설경기의 과도한 침체를 불러왔고, 그 연장선에 건설노동자들의 생계형 시위가 있다는 얘기다.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 폭탄, 재건축 규제, 금융권 대출 억제(DTI) 등 전방위로 건설ㆍ부동산시장을 억누르는 것은 곤란하다. 제도적인 규제뿐 아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부동산시장에 대해 수시로 내뱉는 으름장은 건설 업계를 위기로 몰고 있다. 한번 위축된 시장은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건설 업종은 고용 효과가 매우 높다. 딸린 식구들이 많다는 얘기다. 국민 다수의 생계가 걸린 업종일수록 정부 정책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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