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라늄 분실 논란 유감

지난주 국내 한 원자력 전문가의 갑작스런 퇴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학계 여기 저기서 아쉬움의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과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우라늄 분실 사고’의 총책임자였던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5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우라늄 시료 소각. 자체 보관 중이던 농축우라늄 0.2g 등 우라늄 3종이 폐기물로 잘못 분류돼 소각되는 실수가 발생했다. 이후 3달이 지난 8월에서야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특히 연구원이 위치한 대전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반발여론이 크게 확산됐다. 최근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소각장과 매립장에서 방사능 안전에 문제가 될 만한 소지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들끓는 여론은 여전히 잠잠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아무리 적은 분량의 시료 수준이더라도 사소한 실수 하나가 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안전 불감증’ 사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박 원장의 사퇴를 전후해 빚어지고 있는 지역사회의 반발 움직임은 사실상 합리적 수준의 책임규명 요구를 넘어서는 듯하다. “대전지역에서는 아예 원자력 연구를 하지 말라”는 식의 막무가내식 비판과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갖가지 피해 가능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원자력 기술 연구개발(R&D)의 총본산인 원자력연구원은 지난주 격분한 시민들의 항의 방문으로 몸살을 앓는 등 이미 개점휴업 상태다. 속이 타는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가적 과업으로 부상한 한ㆍ미 원자력협정 재개정 문제나 고준위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파이로 프로세싱)을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이번 사태가 한국의 원자력 기술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파이로 프로세싱은 미국과의 공동연구 없이는 독자적 기술 완료 및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정부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지역사회 역시 건강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자로서 거듭나야 한다. 이번 사태가 아무 근거 없이 불안감만 증폭시킬 경우 결국 남는 건 뒤쳐진 원자력 기술 경쟁력뿐이다. 이미 지난주 유능한 과학자 한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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