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신임 법제처장은 20일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권을 잡은 후에도 말(馬) 위에 있는 것처럼 통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처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임기가 정해진 기관장의 사임을 요구한 것과 관련, 중국 고전 ‘사기’에 나오는 육가(陸賈)의 ‘말 위에서 나라를 얻었다고 해서 말 위에서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다’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지금은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후에도 자신의 논리를 고집하며 초심을 잃어 국민 통합에 실패했다”면서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관장의 임기가 법에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으로 현 정권의 국무위원이 이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이 처장은 또 국민불편법령개정과(가칭)를 세워 국민과 기업 불편을 초래하는 법령 등을 과감하게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예를 들어 기업들이 주식변동사항에 대해 법인신고를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이를 깜빡 잊고 가산세를 무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변동사항이 증권예탁원으로 전산처리돼 있어 굳이 신고하지 않아도 국세청이 다 알 수 있는데도 기업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건 위주의 의원입법을 하는 사례가 있다”며 “의원입법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제점을 지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