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투자의 노스트라다무스' 리카싱

2011년부터 중화권 비중 줄이고 유럽 집중 눈길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사진) 청쿵그룹 회장은 한발 앞서 중국 투자 비중을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국·홍콩 등 중화권 투자에서는 일찌감치 발을 빼고 유럽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 회장은 지난 2011년 이후부터 중국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 후 유럽으로 눈을 돌려 지난 18개월간 네덜란드·영국 등 유럽에 200억달러(약 2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리 회장은 이 기간 영국 2위의 이동통신 업체인 O2를 포함해 네덜란드 약국 체인 업체인 덕스(Dirx), 이탈리아 이동통신사 원드 등을 인수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그가 유럽에 투자한 금액을 뛰어넘는 것이다. 반면 리 회장은 2012년 이후 중국 부동산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주택단지나 빌딩 등을 일부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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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리 회장 측근의 말을 인용, 리 회장이 중국 경제 붐으로 인해 쉽게 돈을 버는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는 판단에 유럽으로 눈을 돌렸다고 전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중국보다 오랜 기간 꾸준히 성장해온 유럽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홍콩에서는 추가로 투자할 곳이 많지 않은 반면 유럽은 투자 기회가 더 많다는 점, 유로화 약세로 유럽 자산이 중국보다 더 싸졌다는 점도 리 회장의 관심을 끈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청쿵그룹 산하 허치슨왐포아의 중국 내 영업이익은 2012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럽에서의 영업이익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허치슨왐포아의 유럽 영업이익 비중은 42%에 달해 중국의 30%를 웃돌았다.

우디 우 홍콩중문대 회계학 교수는 "리 회장의 자산 매각 시기는 매우 적절했다"며 "그는 적당한 가격에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리 회장은 금융에서만큼은 천재적"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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