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외수주 60% '디벨로퍼-EPC' 방식 따내<br>원전·에너지 저장시설 등 플랜트 사업 다양화<br>아파트 분양세대수 급증… 내년 실적 긍정적
| 삼성물산은 단순 건설 회사의 틀에서 벗어나 사업과 개발을 일괄 수행하는 글로벌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아부다비에 건설하고 있는 8억1,000만달러 규모의 민자 발전담수 프로젝트 알슈웨이핫S2 현장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물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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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에서는 중동에서 전해진 낭보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쿠라야에서 21억달러 규모의 민자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는 삼성물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기획부터 금융조달ㆍ설계ㆍ구매ㆍ시공ㆍ시운전 등 전과정을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책임지고 진행할 뿐만 아니라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를 20년간 판매해 운영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개발 업체로서의 역할까지 병행하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에서 삼성물산을 두고 '창의적 개척자'라는 찬사를 쏟아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물산이 기존 단순 건설ㆍ상사의 틀에서 벗어나 사업과 개발을 일괄 수행하는 글로벌 디벨로퍼(developer)로 변신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삼성물산은 해외 수주 부문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60%를 설계ㆍ구매ㆍ시공(EPC)과 개발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디벨로퍼-EPC 방식으로 따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시장에서 '국내와 해외에서 디벨로퍼-EPC를 진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이 개발형 사업 모델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지난해. 그리고 불과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 대표인 정연주(사진) 사장은 "단순 EPC를 넘어 파이낸싱을 요하는 프로젝트는 건설과 상사의 조합이 유리하다"며 "삼성물산은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은 건설부문의 시공능력과 상사 부문의 해외 네트워크ㆍ자금조달 능력이 합쳐져 시너지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업모델은 국내 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는 동두천복합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삼성물산은 LNG복합화력발전소의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는 전영역을 담당하고 이후 운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화력발전소 위주에서 벗어나 광산, 헬스케어(삼성 그룹이 공동 추진하는 병원패키지 사업) 등 다양한 부문으로 시장을 확장하면서 디벨로퍼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플랜트 사업에서도 국내외 원자력발전소와 에너지저장시설, 신재생에너지발전시설 등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외형 성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상사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외형성장세도 관심을 끈다. 상사 부문은 기존에 단순 무역업을 기반으로 했지만 에너지ㆍ환경, 자원개발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5GW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캐나다 온타리오 태양광ㆍ풍력 신재생에너지 복합발전 사업을 수주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입지를 굳혔다.
상사 부문의 또 다른 중점 사업 분야인 자원 사업 부문의 경우도 10여개에 달하는 석유ㆍ가스 광구에서 탐사ㆍ개발ㆍ생산 등 모든 단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가스 유통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석유공사와 함께 인수한 7,100만 배럴 규모의 미국 멕시코만 생산 광구를 통해 에너지 수급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칠레 아타카마 염호의 리튬 개발 광구권 지분(30%)을 인수하면서 2차 전지의 핵심원료로 쓰이는 리튬의 안정적 공급 기반도 마련했다.
올해 삼성물산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으로 올 한 해 매출액 20조5,490억원, 영업이익 6,090억원, 순이익 4,43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0.05%, 28.94%, 39.09% 줄어든 실적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이 삼성물산의 체질개선과 중장기 성장성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인력을 확충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지만 인력 확충은 장기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며 "올 한 해 6조6,000억원, 내년에는 7조9,000억원의 해외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해외 수주 부문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내년에는 국내 주택 매출이 반등하면서 실적도 성장세를 탈 것으로 전망됐다. 이선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택 부문의 분양 세대 수가 급증하고 있어 실적회복이 예상되는데다 중국 삼성전자LCD공장 등 그룹발 공사 매출이 반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상사 부문에서도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는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발전 사업 개발 수수료가 오는 2017년까지 매년 300억원 안팎으로 유입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