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똑똑한 소비자와 '新소비 트렌드'

정운호 <더페이스샵 사장>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불경기에 많은 기업가와 자영업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경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시절에 저가 화장품을 론칭해 더페이스샵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말을 종종 듣고는 한다. 하지만 주위의 시각처럼 소비자들이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물건을 고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흔했다. 소비자들은 물건의 질이 조금 떨어져도 가격이 싸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합리적인 소비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점차 ‘똑똑한 소비’에 눈을 떠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최상의 품질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품은 화장품뿐 아니라 의류와 가전ㆍ자동차 등 모든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가치는 명품처럼 높으나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신(新)소비 트렌드’가 지난해부터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의 기준이 가격대신 가치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품을 사기 위해 몇 달씩 돈을 모으거나 ‘짝퉁’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이상 열풍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고 가치의 제품을 최저 가격으로 사기 위해 검색을 거듭하는 ‘신소비 트렌드’층은 가치 높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소비를 꺼리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비 행태에 자부심을 갖고 고품질 제품을 주변인에게 적극 알리는 소중한 ‘입소문 마케터’들이 바로 그들이다. 무조건 백화점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남대문시장의 허름한 식당이라도 맛이 있다면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가는 이치와 비슷하다. 기업은 ‘신소비 트렌드’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새로운 시장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면 무엇보다 좋은 품질의 저렴한 제품을 꾸준하게 내놓아야 한다. 이는 갈수록 현명해지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보조를 맞추면서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가꿔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면서 만족과 자긍심을 동시에 얻고 싶어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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