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경제대통령' 강만수의 좌절
강만수의 좌절우리금융 이어 다이렉트 뱅킹까지…우리금융 인수 무산후민영화 역작 소매금융 감사원 칼날에 상처만朴 '국정철학' 강조에 이래저래 코너에 몰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서민우기자 inaghi@sed.co.kr
이명박 정권 초기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대통령'이었다. 그의 고환율 정책은 국가 정책의 줄기를 뒤바꿨다. "공공기관장 일괄 사표는 정치적 재신임 차원"이라는 그의 말이 나오자 수많은 공기업 수장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거쳐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앉은 후 이번에는 파격적인 경영 패턴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전격적으로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서더니 '다이렉트뱅킹'이라는 이름을 들고 나와 산업은행을 시중자금의 '블랙홀'로 만들었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정권교체와 함께 강 회장이 좌절하고 있다. 정권을 1년여 앞두고 고환율 정책이 질타를 받더니 우리금융 인수도 정치 논리에 휘말려 힘없이 중단했고 급기야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위한 핵심 도구로 꺼냈던 소매금융 강화마저 감사원이 의욕을 꺾고 말았다. ★3월6일자 1ㆍ10면 참조
감사원은 14일 내놓은 '금융공기업 경영실태'에서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예금의 높은 금리를 꼬집고 산은의 급속한 지점 확대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특히 다이렉트 예금의 높은 금리 책정으로 발생할 손실을 줄이지 않는다면 연말까지 1,094억원, 다이렉트 예금을 포함한 고금리 예금 상품 전체에서 1,44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사실 다이렉트뱅킹은 우리금융 인수 실패 후 강 회장이 꺼낸 회심의 역작이었다. 창구가 아닌 온라인으로 예금을 판매하는 대신 높은 금리를 지급하면서 2011년 9월 출시 후 단숨에 수조원을 흡수했다. 올 3월까지 빨아들인 돈은 9조원에 달했다. 시중은행들로부터 "시장의 질서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강 회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높은 금리를 주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밀어붙였고 산업은행이 목표한 개인금융확대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소망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더불어 조만간 출시 예정인 재형저축을 통해 다이렉트뱅킹과 같은 제2의 소매금융 붐을 일으키겠다는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산업은행은 당초 4% 후반대에 책정하려던 재형저축금리를 다른 은행과 비슷한 최고 4.6%로 낮출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더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감사원과 당국의 압박에 백기를 들게 된 셈이다.
주목할 것은 감사원 발표 시점이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해달라"고 밝힌 직후라는 점이다. 이래저래 코너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직에서 물러난 뒤 화려하게 부활했던 강 회장. 시장에서는 그가 명예를 지키면서 우리 경제의 거목으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