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프로가 미국 PGA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면서 한국남자골프계도 미국 진출의 물꼬가 트였다.누군가 앞장 서고 나니 술술 잘 풀렸던 최근 한국 낭자군의 LPGA 활약사로 미뤄볼 때 한국남자골퍼들의 PGA 대거 진출을 기대해 볼수 있게 됐다.
최경주의 미국 PGA 진출을 결정한 Q스쿨 3차전은 총6라운드로 진행됐는데 6일간의 피를 말리는 경기를 치른 후 인터뷰에서 최경주는 『체력 열세로 집중력이 떨어져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국내 무대에서 파워의 대명사로 불리던 「필드의 타이슨」최경주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건 무슨 의미일까..
유명 PGA 멤버들은 주로 지원팀의 관리를 받는데 그 팀엔 선수의 체력을 책임지는 피지컬 트레이닝 전문가가 꼭 포함되어 있다.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며 지치지 않고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식이요법 등의 계획을 짜고 적절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켜주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심지어는 선수에게 가장 적합한 체중, 근육상태까지도 이 피지컬 닥터에 의해 디자인된다.
거의 한주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1년에 40여개 대회를 참가하려면, 그것도 한번에 10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일정을 이겨내려면 그러한 과학적인 체력 관리는 필수다.
국내 골퍼들은 아직까지 심각한 체력 문제에 직면할 기회가 없었다.
한해 열리는 모든 대회를 참가해봐야 고작 10개도 안되고, 미국처럼 넓은 나라가 아니니 장시간 이동하느라 체력을 뺏길 일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파였던 최경주선수가 미국에 첫 발을 내딛으며 「체력」의 중요함을 느낀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LPGA 일정을 소화해낸 김미현선수도 얼마전 귀국 인터뷰에서 겨울 훈련중 가장 시급한 것이 「체력보강」이라고 말한 걸로 보면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골퍼라면 기량 향상에 못지않게 틈틈히 체력증강에도 신경을 써야 될 것 같다.
정보통신업계에는 요즘 「벤처는 체력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환경에서 밤을 새가며 연구하고 창조하는 벤처인들이 체력의 중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경영이건, 골프건 다른 어떤 일을 하건 체력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수완과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소용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