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발목… 파업 장기화 우려
[현대차 노사협상 결렬]휴가전 타결 눈앞두고 인상폭 이견 못좁혀… 지역경제계 "장기화땐 모두 문닫을판" 한숨
울산=곽경호 기자 kkh1108@sed.co.kr
'단지 1만4,000원의 임금 인상 폭 때문에……'
현대자동차 노사협상이 단지 몇 만원 때문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파국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당초 휴가전 타결을 목전에 둔 현대차 노사는 24일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가졌지만 몇 만원의 임금 인상폭에 결국 발목이 잡혀 파업 장기화라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졌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2일 노조의 교섭결렬 선언이후 끝 모를 평행선상을 달려왔다. 올 교섭이 임금부분에 국한돼 있는데도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된 노조 요구안 탓에 노사간 접점 찾기가 그 어느 해보다 힘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 이후 계속된 노조파업으로 생산손실이 1조2,000억원대를 돌파,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했던 지난 2003년의 1조5,000원대 손실을 목전에 둔 상황을 맞았다. 노사는 그러나 휴가전 타결 기회를 놓칠 경우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속에서도 임금인상폭 조율에 실패함으로써 파업 장기화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임금인상폭에 발목잡혀=이날 교섭에서 노사는 임금인상폭을 놓고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끝에 결국 잠정 타결을 보지 못했다. 현대차는 이날 오후 교섭에서 노조측에 임금 7만3,000원 인상을 제시한 뒤 노조가 난색을 나타내자 최종적으로 7만8,0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그러나 당초 요구했던 12만1,000원 인상안을 고수하다 나중에는 현대중공업의 잠정안인 9만2,000원선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끝까지 사측의 제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인상폭차이는 불과 1만4,000원이다. 노조는 사측이 별도 제시한 ▦올해 사업계획 100% 달성시 생산목표달성 성과금 150% ▦성과금 100%(통상급기준) ▦품질 및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만원 ▦올해 11월 품질향상 목표달성 격려금 100만원(당초50만원)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아 결국 임금인상폭 문제로 올 협상 전체가 발목이 잡히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긴박했던 교섭현장=올들어 17번째 교섭에 나선 24일 교섭에서 당초 노사 양측은 한 달여를 끌어온 파업이 일단락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더 이상 파업을 끌수도 없다는 절박감을 보여 한때 타결 기대감이 높았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당초 기대했던 오전중 교섭타결에 실패하자 일순간 "교섭이 결렬되는게 아니냐"는 긴장감이 교섭장 주변을 감돌았다. 또 오후 교섭에서도 사측의 임금제시안에 대해 노조가 크게 난색을 나타내는 등 반전을 거듭하다 이날 오후 10시20분께 협상이 결렬되는 사태를 맞았다.
◇우려하는 지역경제계=현대차 노사의 이날 잠정합의 실패로 지난 노조 파업기간동안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울산지역 경제계는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두철 울산상의 회장은 "정몽구회장 구속과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지역경제가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며 "하루 빨리 노사가 합심해 흐트러진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NVH코리아㈜ 박도영이사는 "파업기간동안 각 협력업체마다 사실상 조업중단 사태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며 "향후 파업이 장기화되면 협력업체 모두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입력시간 : 2006/07/24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