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잇단 부패 스캔들에 민심 폭발… 열쇠 쥔 中도 역풍 우려 입조심

[글로벌 포커스] 진흙탕 싸움 홍콩 행정장관 선거<br>中 암묵적 지지 후보 구설수에 시민 "당장 직접 뽑자" 거리로<br>누굴 지지하든 거센 후폭풍… 中, 입장 표명 미룬채 고민<br>홍콩 언론 양회에 취재진 집결… 고위지도자들 발언에 촉각 세워

헨리 탕

렁춘잉

앨버트 호



대저택 지하에 초호화수영장… 시민들 분노
잇단 부패 스캔들에 민심 폭발… 열쇠 쥔 中도 역풍 우려 입조심[글로벌 포커스] 진흙탕 싸움 홍콩 행정장관 선거

베이징=이병관 특파원 yhlee@sed.co.kr














헨리 탕






렁춘잉






앨버트 호

















中 암묵적 지지 후보 구설수에 시민 "당장 직접 뽑자" 거리로
누굴 지지하든 거센 후폭풍… 中, 입장 표명 미룬채 고민
홍콩 언론 양회에 취재진 집결… 고위지도자들 발언에 촉각 세워

최근 중국 연중 최대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정치협상회의)를 취재하려는 세계 각국 언론의 취재 열기가 뜨겁다.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성장축이자 거대 내수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양회에서 발표하는 거시 경제목표 및 사회ㆍ복지 정책 변화가 향후 세계 각국 경기에 미칠 파급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양회에서 홍콩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가 있다. 바로 오는 25일 치러지는 제 4대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 지도부가 누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느냐는 것이다. 지난 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행정장관은 중국이 낙점한대로 결정됐고 이번에도 누구를 밀어주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오는 2017년 행정장관 직접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마지막 간접선거로 결과에 따라 향후 홍콩 정치판도가 바뀔 수 있어 더욱 지대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예년 양회보다 훨씬 많은 70여명의 홍콩 취재진이 베이징에 집결해 중국의 고위 지도자의 홍콩 선거 발언을 포함한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역대 선거와 달리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이 현 도널드 창 행정장관의 후계자로 암묵적으로 지지해온 헨리 탕(60) 후보가 혼외정사 스캔들에 이어 그의 대저택 지하에 초호화 수영장 등을 불법 개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탕의 부패 이미지는 그렇지 않아도 치솟는 부동산값과 앙등하는 물가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홍콩 시민의 분노에 불을 당기며 이번부터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직접선거를 실시하라는 거리 시위가 봇물처럼 일어나고 있다.

◇민심과 이반된 그들만의 선거= 총리격인 정무사장을 지낸 헨리 탕 후보는 한때 여론 지지율이 60%가 넘었지만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최근 여론 조사에서 16%까지 추락했다. 반면 최대 라이벌 후보이자 정부자문기구인 행정회의 소집인(의장) 출신인 렁춘잉(58)의 여론 지지도는 최근 60%를 넘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분노는 행정장관 선거가 간접선거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낮더라도 중국 정부의 지지를 얻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이유에서 출발한다. 탕의 부패 이미지는 그동안 홍콩 시민들이 느껴왔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불만의 발화점이 됐다. 홍콩 반환 이후 15년 동안 친중국계 대재벌과 정치가들이 특권을 누리는 동안 서민들은 제대로 된 사회복지 혜택 없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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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파인 민주당 주석으로 불우한 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후보로 출마한 앨버트 호(61)씨는 애초부터 중국의 지지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당선권에서 이미 멀어진 상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가 위축되면서 무역ㆍ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약화하고 상대적으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정체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홍콩인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홍콩달러보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중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홍콩의 쇼핑가를 점령하는 등 홍콩시민이 2등 국민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홍콩인의 고민을 대변해줄 후보가 있어야 하지만 홍콩 정치 체제가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홍콩의 지난해 4ㆍ4분기 성장률은 선진국 경기 침체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하면서 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편 부패 이미지로 지지율이 하락한 헨리 탕은 지난주 말부터 렁의 지지자인 유몬헝 선거운동국장이자 중국 정협 위원이 언론 폭로를 통해 자신의 부패 혐의를 조작하고 있다며 상대 후보에 대한 역공에 나섰다. 렁 후보도 홍콩시티대 이사장 시절에 자신의 회사와 관계가 잇는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고민하는 중국 정부=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도 누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냐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관례대로 공개적으로 지지 후보를 표명하자니 어느 쪽을 택하든 부작용과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패 이미지로 얼룩진 헨리 탕을 택할 경우 기존 정치권에 불만이 가득찬 시민들의 대규모 거리 시위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공공주택 확대 등 친서민 이미지를 내세운 렁춘잉을 택하면 친중 기업인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홍콩 재계는 공공주택 확대와 빈곤 퇴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렁 후보가 당선될 경우 경제에 타격을 준다며 우려하고 있다.

제프리 람 킨펑 입법위원은 국정 운영 경험이 없는 인사가 당선되면 홍콩에서 자본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며 렁 후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양회 기간중 신중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양회에서 홍콩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합치면 복이 오고 혼란은 화를 부른다"라며 지금의 혼란스럽고 분열된 홍콩이 안정을 되찾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시 부주석은 특정 후보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콩 언론들은 중국 지도부의 언행 하나 하나를 놓고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령 시 부주석이 홍콩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렁 후보의 지지자와 먼저 악수한 것을 놓고 렁 후보를 지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또 양광야 국무원 홍콩마키오 주임의 홍콩 선거 발언을 놓고도 해몽이 다양하다. 양 주임이 "시민의 요구에 부합해야 하지만 기업부문도 보호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베이징이 아직 헨리 탕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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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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