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대형사업장들의 올 노사협상 진행이 하반기를 맞은 현재까지 대부분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초대형 사업장 노사가 '통상임금 확대 적용' 여부를 놓고 노사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다른 노조들도 회사측과 상견례 정도만 진행한 뒤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대형 사업장들의 노사협상 타결이 9월 이후로 늦춰지는 등 장기화될 경우 지역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30일 울산 산업계 등에 따르면 본격적인 노사 실무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올 노사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8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월 말부터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사측이 제시한 노동조합 방문자의 출입 제한 건 등 모두 6건의 요구안에 대해 노조측이 '노동자 기득권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반발하면서 노사협상에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겉으로는 노동 환경 등과 관련된 것이지만 실상은 '통상임금 확대 적용' 문제에 유리한 선점을 기하려는 노사 양측의 기 싸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실무협상 과정에서 통상임금 확대 적용에 대한 협상 틀을 만들자고 줄기차게 요구한 반면 사측은 대법원 판결 결과가 나와야 협상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적용 요구에 대해 사측은 '통상임금' 용어의 '약정임금' 변경을 노조에 제시한 상태다.
이처럼 현대차와 현대중 노사가 협상 초반부터 사 측의 요구안을 놓고 노 측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올해 이들 회사의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년의 경우 7월 말 휴가 전 타결에 집중하는 모양새였으나 이 대로 갈 경우 올해는 9월 추석 전 타결도 힘들다는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지역 산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이 이처럼 지지부진하면서 미포조선, SK에너지, 에스오일 등 10여 개에 달하는 여타 대형 사업장들의 노사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대부분 지난 4월께부터 올 노사협상에 돌입한 상태지만 대다수 사업장마다 노사 상견례 정도만 진행한 뒤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 외에도 울산 석유화학 공단 내 상당수 중견 화학업체 노사도 지난 3~4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에 돌입해 놓고도 지역 대기업들의 노사협상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노사관계 전문가는 "올해는 '통상임금 확대'라는 이슈에 부딪혀 각 사업장 마다 조기 타결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며 "현대자동차 노사 등의 원활한 타결 여부가 지역 전체 사업장 노사협상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