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별 처리로 돌아선 산하단체장 물갈이

[사설] 선별 처리로 돌아선 산하단체장 물갈이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직 산하단체장에 대해 전방위 사퇴 압박을 가하다가 이제서야 선별 사퇴로 방침을 정한 것 같다.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한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사표가 반려됐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원이 최근 공공기관운영법에 명시된 298개 공공기관 가운데 101개를 대상으로 전수감사를 실시하고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감사 결과에 따라 통폐합이나 민영화 대상기관으로 분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정치권에서는 4ㆍ9 총선 이후 사퇴대상을 선별하는 데 이를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작정 밀어내기’에서 기준과 원칙을 갖고 선별 사퇴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사실 정권교체가 됐다고는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을 몰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운영법의 임기제 도입 정신 역시 정치권력이나 노조 등 여타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라는 뜻이 스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아무리 임기직 인사라고 하더라도 임무수행과 조직경영에 하자가 많다고 평가된다면 평상시에도 당연히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뚜렷한 하자가 없지만 이념적 편향성이 지나친 코드 인사의 임기는 과연 보장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새 정부의 국정운영 노선에 반대하는 옛 정권 인사가 임기제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자리를 보전하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국민이 새 정권을 선택한 자체가 옛 정권의 이념을 청산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과거 정권과 이념이 맞아 기관장을 맡았던 인사들의 경우 다른 정권이 들어선 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바른 처신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가 반드시 지양돼야 하듯 임기제의 취지를 무시한 ‘전방위 물갈이’도 사라져야 마땅하다. 여권은 명분도 없이 조기사퇴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일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코드 인사를 교체하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오 사장의 사표 반려는 의미 있는 방향전환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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