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수위의 삼성증권이 연초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증권업계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은행권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몸집을 줄이고생산성을 높인 것과 대조적으로 증권업계의 경우 1999~2000년 증시호황을 틈타 오히려 외형을 키웠던만큼 '감량'의 여지가 아직 많다는 설명이다.
2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총 임직원 수는 3만11명으로 지난 1997년말의 2만4천454명보다 22.7%나 많은 상태다.
1천513개인 지점 수 역시 97년말의 1천260개에 비해 20.1% 증가했고 증권사 수도 36개에서 42개로 6개 늘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은행업계의 외형은 크게 축소됐다.
97년 당시 11만3천994명이었던 일반은행(시중.지방은행) 임직원 수는 작년 9월현재 6만8천81명으로 40.3% 줄었고 국내지점 수도 같은 기간 5천987개에서 4천956개로 17.2% 감소했다. 은행 수 역시 26개에서 14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동남은행 등 5개 부실은행이 퇴출된데다 은행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꾸준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업계는 외환위기 직후임에도 지난 1999년~2000년 당시 '바이코리아'열풍을 타고 경쟁적으로 몸집을 불려 2000년말에는 직원 및 지점수가 각각 3만7천124명, 1천696개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벤처 및 코스닥 거품 붕괴와 함께 거래대금이 급감, 영업난에 빠진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2003~2004년 2년간 임직원수는 3만5천316명에서 3만11명으로 5천명이상 줄었고 지점수도 1천716개에서 1천513개로 200개이상 축소됐다.
일반은행 임직원 수가 1997~2001년의 급감 추세에 벗어나 최근 두해에 걸쳐 1천200명가량(6만6천880명→6만8천81명)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증권업계가 '매'를 뒤늦게 맞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는 현재 추가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는 전적으로 동감하면서도 '자율적' 재편을 강조하고 있다.
김명기 증권업협회 상무는 "환란 이후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은행 등 여타 금융부문에 비해 뒤쳐진 것은 99~2000년 증시가 최고의 호황을 누리면서 상대적으로절박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최근 금융영업의 중심이 자산관리, 투자은행(IB) 부문으로 이동하고 이 시장을 놓고 증권사 및 은행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만큼 자연적 도태 과정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에 나서는증권사들에 대한 세제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와 혜택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측에관련 지원을 계속 요청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 증권업협회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웃도는, 즉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증권사가 2~3개에 불과하므로 어느 정도의 메리트만 주어진다면 증권업계내 M&A가 훨씬활발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대투, 한투증권을 제외한 증권업계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바 없고 대부분의 증권사를 개인사주가 소유하고 있으므로 과거 은행권과 같은 정부주도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