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취직했는데 왜 허탈?"

'적성보다 붙고보자' 묻지마 지원이 낳은 기현상<br>직장 적응못하고 방황<br>회사다니며 시험 준비… '취업 반수' 택하기도<br>"잦은 이탈에 뒤숭숭"… 회사들도 답답함 호소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박모(28)씨는 최근 한 회사에서 '신입사원 선발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합격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 박씨는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며 "이번에 그냥 다른 직종의 시험을 봤는데 덜컥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까봐 함부로 얘기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박씨처럼 적성과 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내 모 대학 취업팀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꿈과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취업난을 의식해 '일단 아무데나 들어가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적성과 상관없는 곳에 취업한 사람들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결국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사표를 내거나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입사 시험을 보는 '취업 반수'를 선택한다. 실제로 최근 모 취업포털에서 신입 사원 7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가 '회사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 중 81%는 '6개월 이내에 퇴사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답답하기는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모 기업의 한 관계자는 "심층면접을 봐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적성을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다"며 "대기업일수록 이탈 인력이 적겠지만 명수와 손해 비용을 떠나 회사 내부 분위기에 끼치는 타격이 커 최근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인턴제 활성화 등의 복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적성과 취업의 미스매치 현상은 무엇보다 '진로교육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건국대 학생상담센터 정은선 연구원은 "막상 상담해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이 잘하는 일을 몰라 답답해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대학에 오기 전까지 '진로'보다는 '진학'에 치우친 지도를 받은 탓에 자기 적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성천 사교육없는세상 부소장도 "진로교육의 경우 아직까지 교사의 전문성은 물론 체험의 장을 열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겉돌고 있다"며 "진학지도에 진로지도가 가려진, 특히 소수 우수생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진 교육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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