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경제 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부터 부동산 시장의 빗장을 대폭 열 것으로 예고한 만큼 전향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잔뜩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은 달랐다. 시장이 반가울 만한 규제 완화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달랑 하나였다.
최 경제부총리가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격"이라고 진단한 뒤 건설주(株)는 뛰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 시장에 일부 온기가 도는 등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있었는데 사실상 변죽만 요란하게 울린 셈이다.
과거에 나온 내용을 재탕하는 내용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정부는 국민주택기금 6조원을 풀어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새로운 내용인가보다 할 수 있지만 이는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올해 총 11조원을 풀어 12만가구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국민주택기금은 새 경제팀이 내놓은 확장적 거시정책의 가장 큰 축으로 탈바꿈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버금가는 총 1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정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청약제도 개선도 마찬가지다. 이미 추진하겠다고 공표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우려먹은 것에 불과하다. 서민·중산층의 주택 구입 자금마련을 위해 재산형성 기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청약통장의 소득공제 대상을 확대한 것도 일각에서는 국민주택기금을 떠받치고 있는 청약통장의 이탈자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 경제팀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참고자료에 주요 부동산 법안의 국회처리를 최우선 순위에 배치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는 여전히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에 대한 의지가 별로 강하지 않아 보인다. 경제팀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공무원들은 "야당에서 반대하니 그럼 어쩌겠어요. 다음 국회를 기약해야죠"라는 자조 섞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칼바람 같은 추위에 떨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 말처럼 겨울에 입은 여름옷이 DTI·LTV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가계 빚만 쌓이고 부동산 시장은 되레 동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