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硏 내년경기 전망수출호전, 내수·투자 상반기까지 부진
산업연구원이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3.7%는 한국개발원(3.3%)ㆍOECDD의 수정전망치(3.2%) 등 다른 기관과 엇비슷하다.
3%대 성장률은 2%대로 예상되는 올해보다는 조금 나아질 뿐 고성장에 익숙한 한국경제로선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성장률은 경제성장기여도가 60%수준인 수출이 6%증가로 그런대로 괜찮지만 소비와 투자부진이 지속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한국경제를 좌우하는 반도체 경기가 생산ㆍ수출 모두 4%대의 증가에 그친다는 점이 큰 폭의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2년 연속 3%대이내의 성장은 성장잠재력까지 위협할 수 있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요구된다는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 경제성장의 탄력이 붙고 물가도 두차례의 선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보여 희망은 있다는 분석이다.
◆ IT산업의 침체 탈출, 통신기기ㆍ기계업종 경기 주도
산업연구원은 11개 주요업종의 산업경기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총 수출이 약 10%가량 줄어들지만 주력 산업의 수출경기가 살아나면서 생산을 견인한다는 것.
연구원은 11개 주요업종의 평균 수출증가율을 5.9%로 예측했다.
연구원은 철강과 석유화학ㆍ섬유의 침체는 여전하지만 반도체와 컴퓨터 등 IT산업이 최악의 불황에서 탈출하고 자동차ㆍ조선ㆍ일반기계 등 기계업종의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는 국산차의 품질 및 신인도 향상에 따라 수출이 5.7% 증가하고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조선도 수출이 3%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반기계는 생산 5.5%, 수출은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특히 통신기기는 IMT-2000상용화와 무선인터넷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내년에도 두자릿수의 생산ㆍ수출 증가가 기대되고 가전도 월드컵 특수와 디지털방송확대 등에 따라 5.9%의 수출 증가를 각각 예상했다.
반면 철강은 수입규제 강화와 국제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4.7% 감소하고 석유화학의 경우 수출이 올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경기의 관건은 역시 반도체. 올해 수출이 40%가량 감소한 반도체의 경우 세계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과 중국시장 진출확대 등에 힘입어 수출과 생산이 각각 4.1%와 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증가율은 그러나 올해 워낙 경기가 좋지 않은데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해 회복세로 보기 어렵고 미국경제의 회복속도에 따른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기대반 우려반인 상황이다.
◆ 경기회복은 하반기부터 탄력 붙어
내년 경기는 올해(2.2%추정)보다는 나아지지만 큰 폭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경기가 점진적 회복에 따라 수출여건은 호전되지만 내수ㆍ투자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 접어들면 경제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ㆍ생산ㆍ투자부문이 본격 회복세를 타고 양대선거라는 복병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도 비교적 안정(3.5%증가)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5%에 그치지만 하반기에는 4.8%로 크게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분기부터 정부의 내수진작책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소비심리가 회복되기 시작해 최종소비지출이 상반기 1.8%에서 하반기 3.2%로 늘고, 상반기중 2%증가에 그치는 민간소비가 3.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역시 내년 상반기중 0.4% 증가에 그치지만 하반기에는 7.1%로 늘어나면서 연간 3.9% 증가를 기록, 올해의 마이너스 증가율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내년 상반기중 마이너스 2.3%에서 하반기중 12.5%로 큰 폭의 신장이 예상되고 있다.
연구원은 IT분야의 재고가 감소하고 주력 전통산업의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기업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5∼6%임을 감안할 때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에 그치는 추세가 장기화되면 성장 엔진이 끄질 수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책, 특히 내수진작정책이 요구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권구찬기자
전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