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인민은행 또 4000억위안 푼다] "신중한 통화정책 원칙 유지"… '위안화 분사'로 급한불 끄기

대규모 유동성은 자칫 거품경제 재연 우려

단기 금융시장 안정·후강퉁 연착륙 유도


중국 언론들은 인민은행의 잇따른 유동성 공급을 '위안화 분사(噴射)'라고 표현하고 있다. 스프레이로 액체를 뿌리듯 유동성을 흩뿌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신중한 통화정책'이라는 원칙을 깨지 않으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단기금리 안정과 경기부양 효과를 동시에 거두려는 인민은행의 고육책이라는 평가다.

중국 금융당국은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화끈하게 시중 유동성을 늘리지 못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풀린 4조위안(약 694조원)의 유동성이 과잉생산과 주택버블로 돌아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을 동원해 한꺼번에 유동성을 풀 경우 자칫 중국 경제에 또 다른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지표뿐 아니라 이제 실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때는 고성장으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하면서 체감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태다. 9월 중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생산자물가는 31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성장률 전망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 애초 리커창 총리가 7.5% 내외를 목표로 정하며 ±1~2%포인트의 여지를 두기는 했지만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며 올해 중국 성장률이 여유를 둔 범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7.5% 성장률을 밑돌 경우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시장의 관심은 21일 3ㆍ4분기 성장률과 9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발표에 쏠려 있다. 7~7.4%까지 예측되는 3ㆍ4분기 성장률이 7.3% 밑으로 내려갈 경우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7.2~7.3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은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불안한 시중 단기금리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 간 금리가 3.1~3.4% 정도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는 상황에서 연말 자금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금리는 급격히 오를 수도 있다. 이 경우 지난해 6월과 같은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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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단기금리 안정은 23일께로 예정된 상하이와 홍콩 주식의 교차매매인 후강퉁에도 필요하다.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은 상하이 A주 거래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팅루 BoA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금융시장 안정은 상하이증시 A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기대가 높은 후강퉁이 매끄럽게 출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1~2주일 내 시중은행에 풀릴 자금은 공급방식에 따라 용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금융공사의 예상대로 담보보완대출(PSL) 방식으로 은행에 공급될 경우 자금은 재정지원이 필요한 부문에 맞춤형 대출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SL이 대출금리를 실질적으로 인하하는 효과도 내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금 관계자는 "경기부양 측면에서는 조달비용이 높고 투자수익이 낮은 핵심 정부시책 사업에 대한 중앙은행의 자금지원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중금의 예상과 달리 유동성지원창구(SLF) 방식의 자금지원이라면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지원되며 단기 금융시장 안정 차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은행 간 금리가 안정되고 단기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PSL 같은 직접적인 효과는 다소 줄어든다.

중금 측은 "PSL이든 SLF든 상관없이 중국이 이처럼 유동성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것은 성장 둔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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