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2월 16일] 경쟁신드롬과 소비자

경쟁과 소비자라는 관점에서 지난해 의미 있었던 현상 세 가지로 아이폰(iphone), 막걸리, 수입자동차 신드롬을 들고 싶다. 그동안 우리나라 통신산업과 휴대폰 제조업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표업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진입규제의 보호를 받는 통신사는 돈벌이가 쉬운 음성통신 위주의 수익구조에 안주해 데이터 통신 활성화와 가격인하를 외면해왔다. 휴대폰 제조사도 이러한 국내 수요에 충실한 나머지 스마트폰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국제적 조류에 뒤처지게 됐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진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처럼 국내 이동통신과 휴대폰 산업도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져 국내용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KT가 어렵게 아이폰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이러한 양상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통신산업은 음성통신 중심에서 데이터 통신, 무선 인터넷 중심의 구조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이에 휴대폰 제조사들은 아이폰과 경쟁하기 위해 품질경쟁력을 재점검하고 동시에 최고급 스마트폰 제품의 가격 인하도 단행했다. 술시장에서는 막걸리 신드롬이 일고 있다. 막걸리가 전국민적 사랑을 받으면서 포도주 수입량이 처음으로 감소하고 가격도 덩달아 인하됐다. 그동안 포도주 가격인하 노력은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가시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강력한 경쟁상대인 막걸리가 그것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 시장에서는 수입차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경쟁 당국인 공정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보다 강력히 집행했으나 가격 인하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일부 수입차들이 국내 시장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진입하면서 경쟁사업자들은 가격을 내리거나 품질을 향상시키지 않을 수 없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신드롬들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격 인하를 통한 소비자 후생증진과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이 최고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닫힌 시장을 열 수 있게 진입규제를 타파하는 등 규제개혁 작업이 더욱 더 과감하게 추진돼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