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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곳이 서울아산병원·여의도성모병원 등 대형병원을 포함한 전국 병·의원으로 확대되면서 평택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외 제3의 병원이 메르스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차 유행이 잦아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3차 유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대응체제를 갖출 방침이다.
8일 보건복지부가 추가로 공개한 메르스 시도별 병·의원 명단에는 경기 성남시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충북 옥천군 옥천성모병원, 충남 공주시 공주현대병원, 대전 서구 을지대학교병원, 전북 김제시 김제우석병원·한솔내과의원 등 전국 6개 병원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메르스 바이러스 노출 병원 증가와 맞물려 1번째·14번째·16번째 환자와 같은 슈퍼 스프레더(전파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메르스 즉각대응팀 팀장인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수차례 강조했지만 바이러스 변이를 통해 나타난 슈퍼스프레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메르스 환자로부터 바이러스가 많이 뿜어져 나오는 시점, 비말이 퍼진 곳의 환경, 환자와 밀접접촉자의 거리 등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슈퍼 스프레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번째·14번째·16번째 확진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감염된 환자 수는 87명에 이른다.
보건당국은 15번째 확진자로 말미암은 환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번째 환자는 5월15~21일 평택성모병원에서 어머니를 간병했으며 22일부터 발열이 시작돼 평택굿모닝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폐렴이 발생해 27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으로 전원(병원을 옮김)돼 치료를 받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30일 격리 조치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5번째 환자의 경우 입원기간이 상당히 길어서 접촉자 숫자가 좀 많은 편"이라며 "15번째 환자로 인한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시간의 접촉이 아닌 경우에도 메르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청원경찰인 92번째 환자의 경우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6번째 환자의 이동을 돕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그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일단 환자 증상이 심해 굉장히 많은 비말과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시기였고 거리도 2m보다 훨씬 가까운 근접거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이 자가격리자·능동감시자 등의 동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메르스 진원지 확대론, 제4의 슈퍼 스프레더 출현 가능성 등에 힘을 싣고 있다. 92번째 환자의 경우 자가격리 중이던 지난 8일 발열 증상으로 택시를 타고 동네병원에 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5월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던 90번째 환자도 자택격리 대상자였지만 6월3일 발열로 옥천제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호흡곤란으로 6일 옥천성모병원을 거쳐 최종적으로 을지대병원에 입원하기까지 전화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관리를 못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이외에 고령의 메르스 확진자·의심환자 등이 거쳐 간 요양병원·요양시설 등도 메르스 시도별 병·의원 공개 명단에서 빠져 있는 등 보건당국의 관리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기저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밀집해 있는 각 병원의 응급실이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되자 메르스 의심환자를 응급실 외부 또는 의료기관 내 별도로 분리된 시설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선별진료소를 운영할 방침이다. 전국 총 535개 응급실 가운데 44.1%인 236개 기관이 그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