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주요 은행들을 상대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촉구하는 등 '금융권 길들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징벌적 성격의 보너스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은행들을 점점 옭아매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총리가 7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은행 관계자들을 소집, 각각 2,500만~3,500만 파운드의 중소기업 신규대출을 추가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영국 은행인 바클레이스와 HSBC, 스탠더드차더드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의 중소기업 신규대출을 실시하도록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는 이밖에 골드만삭스ㆍ도이체방크ㆍJP모건ㆍUBSㆍBNP파리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예상 외로 생산적인 회담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는 이미 1억 파운드의 자금을 중소기업 신규대출용으로 배정해 뒀다고 밝혀 정부의 뜻에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영국 금융권의 내부적인 불만은 점점 끓어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영국 금융권은 정부가 9일 발표할 2010년 예산안 초안에 금융권 보너스에 대한 '세금 폭탄'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지자 분개하는 모습이다.
영국 은행협회의 앤젤라 나이트 회장은 "정치적으로는 옳을지 모르겠지만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며 "영국은 금융허브로서의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는 영국에서 영업하는 모든 은행의 보너스 지급에 대해 세금을 뗄 계획이다. 다만 기업의 보너스 지급액에 대해 세금을 물릴지, 개개인이 받은 세금에 대해 세금을 물릴지 여부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