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21일] 야성과 야만

요즘 보험업계에서는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이 단연 화제다. 지난 2010년 6월 금융계 최초로 다섯 번 연임에 성공해 13년째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인생철학과 경영원칙을 소개한 '야성으로 승부하라'라는 책을 펴내 현실에 안주하려는 기업과 사람들에게 열정과 패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는 '야성(野性)'을 가진 기업은 성공하고 '야만(野蠻)'을 자행하는 기업은 망한다는 진리를 강조한다.

야성으로 뭉친 기업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며 무한경쟁을 즐기고 열정과 근성으로 무장돼 있으며 남과 더불어 부(富)를 만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반면 야만적인 기업은 도전하기보다는 손쉽게 영업을 하고 고객의 눈을 속이려 하며 거짓과 위선으로 손님을 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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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영부실로 청산위기에 놓였던 옛 대한재보험(현 코리안리)을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야만이 아니라 야성으로 무장한 인재를 뽑고 기업문화도 야성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를 부실 판매한 책임을 물어 국내 9개 은행과 소속 임직원 72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은행이 중소기업과 KIKO 계약을 체결한 뒤 위험회피(헤징) 목적의 반대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받지 않고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해 기업에 손실을 입힌 것을 단죄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120여건의 KIKO 관련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150여개 중소기업이 거래은행을 상대로 채무보존재 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KIKO 부실판매와 이에 따른 금융당국의 징계는 은행들의 '야만'에 금감원이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야만을 야성으로 체질 개선해야 한다는 냉엄한 심판을 내린 것에 다름 아니다. 기업구조조정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은행의 경영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야성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시중은행장들에게 '야성으로 승부하라'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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