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구리, 난투를 유도하다

제2보(20~40)


백20의 침입은 시급한 곳이다. 참고도1의 백1로 전개하면 흑2, 4가 너무도 멋진 수순이 된다. 그렇다고 백3을 손빼기도 꺼림칙하다. 흑21로 눌러 29까지 백은 선수로 실리를 차지했으니 별로 불만이 없고 흑은 두툼한 외세를 얻어 역시 불만이 없다. 좌변쪽에 조성된 흑의 외세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가에 따라 이 바둑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외세를 공격에 이용하는 요령에 대해서는 아마 구리가 당대 일류, 아니 당대 제일인자일 겁니다.” 윤성현의 설명이다. 백30 역시 이제 와서는 시급한 침입이다. 하변을 가로 지키는 것은 발이 느리고 나로 전개하는 것은 좀 엷은 의미가 있다. 상변을 흑이 38의 자리쯤에 지켜 버리면 그대로 집으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백32는 이런 경우에 늘 등장하는 수습의 맥점이다. 흑이 37의 자리에 곱게 받아 주는 것은 활용된 꼴이므로 무조건 흑의 불만이다. 보통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5까지로 낙착되는 것인데 상식처럼 되어 있는 그 수순을 마다하고 구리는 흑33으로 난투를 유도했다. “멀리 좌변에 흑의 외세가 있는 것을 의식하고 난투를 주문한 겁니다. 구리가 원하는 방식의 바둑이 됐습니다. 최종 결과는 끝나 봐야 알겠지만 일단 백이 기분 나쁜 흐름입니다.” 사흘 전에 이창호를 꺾은 터여서 그런지 해설하는 윤성현의 어조는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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