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위기 전이 막기 위해 그리스 사태 조기 수습”강조
伊 정정 불안이 문제…긴축 프로그램 놓고 이견 못좁혀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이 구제 금융을 받는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에 나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역내시장 및 규제 담당 집행위원)
유럽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및 유럽연합(EU) 수뇌부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조기 수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주 말 투매 사태에 놀란 유로존 주요 관계자들은 11일(현지시간) 긴급 회동을 갖고 이탈리아로의 위기 전이를 막기 위해 그리스 사태를 신속히 마무리 짓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추가 상승하고 이탈리아 은행의 자본 건전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 각국 정상은 그리스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고 신용평가기관의 간섭을 보이콧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의장,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 등 유로존 고위관계자들은 이탈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이날 긴급 회동했다. 표면적으로는 유로존 전반에 걸친 재정 위기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지만 지난주 말을 계기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이탈리아 리스크를 다루기 위해 모였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로이터는 ECB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주 말과 같은 상황을 오래 감당할 수 없다”며 “이탈리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지도부는 그리스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 등 인접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스에 대한 일부 디폴트를 허용하거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ECB가 그리스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루이스 자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모든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그리스 구제금융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가능한 빨리 마련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정부 역시 예산긴축안을 최대한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당사자인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 긴축 프로그램 도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시장 분위기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두 달 전부터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이탈리아 정부 및 은행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오히려 사태 수습에 앞장 서야 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 장관이 대립을 지속하면서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유로존은 그동안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ㆍ스페인 등과 같은 경제 대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스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 구제금융에 애써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의 공공 부채 규모는 2조2,333억달러로 이미 외부 기관의 구제금융 대상이 된 그리스(3,734억달러), 포르투갈(1,769억달러) 등의 6~12배에 달한다.
한편 11일 채권 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5.51%를 기록하는 등 지난 8일에 이어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 헤지펀드들이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