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무기 개발 원료를 추출할 수도 있는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는 데 대한 서방의 압력과 경고를 거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세계적인 지도국가(Great Power)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이란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 역시 테헤란정권을 압박하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지만 이란 핵 위기를 푸는 국제적 합의를 도출함에 있어 지금 가장 큰 장애가 있다면 그것은 중국이다. 이에 따라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일원인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주 초 안보리 5개국과 독일의 대표들은 다음달 초로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긴급 이사회에 앞서 이란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었다. 중국은 중동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독자적인 외교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IAEA가 이란 핵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려는 데 대해 미국 등 서방 이사국과 다소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금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시킬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산업혁명에 핵심 관건이 되는 석유를 공급해주는 이란과의 관계를 증진시킬 것인가’라는 매우 고통스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선택은 그리 고통스러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간단하지도 않다. 서방 측이 이란을 압박하는 목적은 이란의 에너지 수출을 제재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같은 제재는 중국은 물론 서방 측에도 해가 되기 때문이다. 서방의 진정한 목적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것이고 이에 대한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지지를 희망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북한ㆍ미국간 대화의 길을 주도적으로 열었고 미국은 중국의 역할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이 핵 확산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의견을리 달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이란 문제는 다르다. 중국이 단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에만 머물던 시기는 이미 끝났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외교역량이 증대하면서 중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지도국가로 부상했다. 지도국의 지위는 국제적 책임을 떠안는 데 있다는 사실을 중국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