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긴축정책 능사아니다/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특별기고)

◎경상적자 원인은 자본개방… 원절하로 대응을○총외채 1,000억불 넘어 우리경제는 작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와 더불어 경기후퇴를 경험하고 있다. 자본자유화로 인한 해외자본유입으로 원화의 고평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장개방 및 해외여행 자유화조치가 확대되고 특히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 경상수지적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난을 단기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우선 총수요관리를 통해 수입수요를 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요구에 개의치 않고 경제논리에 충실하고자 하는 정책대안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 같다. 정치논리를 배제한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우리는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러한 정책기조의 타당성을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현안은 국제수지 방어인 듯하다. 우리의 경상수지적자는 1·4분기중 70억달러를 넘어섰고 총외채는 1천억달러를 초과, 외환보유고도 3백억달러에 못미쳐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소비위축 등 가속 우려 나아가 지난해 5월 이후 원화가 절하되면서 외국투자가들이 투자원금을 회수하려는 유인이 형성되고 있으며 일부 현실화되고 있어 우리경제가 멕시코의 전철을 밟을 지 모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한 단기처방으로 내놓은 정부의 방안은 에너지가격 인상과 과소비억제 그리고 재정지출감축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긴축정책이다. 총수요를 줄임으로써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도 없지 않다. 수입재중 최종소비재 비중이 겨우 11% 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과소비억제정책은 자칫하면 수입재수요를 억제시키려다 내수를 위축시키는 형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OC투자는 확대필요 실제로 명예퇴직이니, 노동법개정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정부의 소비억제정책으로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는게 자료에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격감하여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백화점 세일기간 판매량도 90년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민간소비의 감소추세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경기하강국면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민간 및 정부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은 불경기의 골을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하겠다.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문제의 해결은 원화를 시장실세에 적절히 반영하여 평가절하되도록 하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경상수지적자의 원인이 국내경기과열에 따른 수입수요의 과다에 따른 것이라면 긴축정책이 유효한 정책대응이 되겠지만 현재의 경상수지적자와 같이 그 원인이 오히려 자본자유화 과정에서 발생한 원화 고평가와 대외개방의 확대 등에 있는 경우에는 명목환율조정, 즉 원화의 평가절하가 가장 적절한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외환당국이 외국자본의 해외유출을 우려하고 멕시코와 같은 외환위기를 걱정하여 원화의 평가절하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시도한다면 이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외환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멕시코의 외환위기는 다름아니라 시장실세와 괴리된 페소화의 고평가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의 긴축정책은 국제수지방어에 크게 기여하기가 어려운 반면 오히려 작금의 불황을 심화시킬 우려가 큰 정책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규제완화 늦출수 없다 더구나 계획된 정부예산중 2조원의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것은 다분히 현재의 냉각된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지출삭감대상인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장기적인 성장기반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경기회복을 위해서도 집행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방향은 원화환율조정을 통한 점진적인 경상수지적자 조정정책 아래서 재정 및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거나 경기대응차원에서 확장적으로 운용하기보다 경기변동에 크게 구애됨이 없이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규제완화 등 제도개혁과 구조조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긴축을 통해 단기간 내에 경상수지적자를 해소하려다 자칫 경기저점의 장기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지 우려된다. 나아가 단기적인 경기대응적 확장정책 또한 그동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러나라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경제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경상수지적자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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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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