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정장’ PBR 낮은종목 주목하라

주식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이렇다 할 추가상승 모멘텀 없이 조정국면을 이어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이나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 유가ㆍ환율 등 외부변수도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식시장의 반등 시도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상황이 불투명할수록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과거 지수가 조정을 겪을 때에 자산주들이 부각됐음을 참고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BR 대 PER=일반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정도를 판단하는 데 흔히 쓰이는 지표가 주가수익비율(PER)과 PBR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고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즉 PER이 낮은 주식이 주당 순이익보다 저평가된 종목이라면 PBR이 낮은 주식은 주가가 주당순자산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 중 주가가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불확실한 외부 변수들 때문에 기업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조건 PER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는 PER이 낮은 종목보다는 주가가 순자산가치보다 저평가돼 PBR이 낮은 종목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약 PBR이 1보다 높다면 현 주가가 기업의 실질가치보다 높고 반대로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약세장에서 저PBR주 부각=경험적으로 볼 때도 주가가 조정을 겪을 때에는 자산주들의 주가흐름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나타났다. 자산주란 저PBR주식으로 대변되는데 기업의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된 기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에는 저PBR종목들이 성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가 조정기에는 시장위험에 비해 자산가치에 대한 안정성이 부각되며 주가 수익률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LG투자증권이 지난 3년 동안 저PBR 종목들의 주가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주가 조정기에 저PRB기업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에서 지난 82년부터 91년까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 모든 주식을 PBR과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이용해 점검해 본 결과, PBR이 낮고 ROE가 높은 종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가 반대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보다 연평균 14.99%의 초과수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전상필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데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돋보이는 저PBR주들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오롱ㆍ동부건설ㆍ효성 등 저PBR주 주목=LG투자증권이 올해 예상실적으로 기준으로 PBR이 낮은 종목들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저PBR주에는 코오롱ㆍ동부건설ㆍ효성ㆍ삼환기업ㆍ동화약품ㆍ한진중공업ㆍ세아제강ㆍ동부화재 등 비(非)IT주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코오롱의 경우 올해 예상 주당 순자산가치가 4만1,689원인데 반해 지난 22일 기준 주가는 6,040원에 불과해 주가가 주당 순자산의 7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또 동부건설ㆍ효성ㆍ삼환기업 등도 주당 순자산이 주가의 5배를 넘을 정도로 저평가 상태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BR 지표를 무조건 맹신하기보다는 다른 투자 지표들과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호 LG투자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은 종목 가운데 과거 주가하락기에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고 ROE 등 수익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종목들 위주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장부가치 이하로 거래되는 기업은 그 만큼 시장에서 소외돼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다른 주식보다 성장성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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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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