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점 ㄷ매상가화로 재도약 자신"
최근 명동 밀리오레점을 동대문 도매시장에 필적하는 의류도매상가로 육성시키겠다고 선언, 패션몰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유종환 밀리오레 대표이사(47).
약관 20세에 장사에 뛰어들어 28년 동안 재래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유 대표는 "지난해부터 국내 패션유통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90년대 들어 동대문 도매시장이 활성화되고 90년대 후반에는 프레야타운, 밀리오레, 두타 등 쇼핑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자인, 제조, 판매 등을 병행하는 상인들이 지난해부터 급등한 점포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 그가 분석하는 동대문 시장의 부진 원인.
서울은 물론 지방에 신규 패션 몰 건립이 급증, 소매상인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비슷한 구색의 제품으로 개성 없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젊은 감각의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건의 품질이 뛰어난 일부 도매상인으로만 소매상인들이 몰려 한 쇼핑 몰에서 수 십개 점포가 똑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게 쇼핑 몰들의 현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악순환을 반복시키고 있다.
쇼핑 몰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밀리오레가 꺼내든 카드는 '전국 프랜차이즈사업'과 '명동 밀리오레의 도매상가 변신' 2가지.
밀리오레는 지난해 부산점에 이어 다음달부터 10월까지 매달 대구, 수원, 광주에 지방점을 신규 오픈 하는 데 이어 200평 이상의 점포나 100개점 이상의 집합상가를 프랜차이즈점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밀리오레가 진출하지 않은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30개 도시에 네트워크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유 대표는 "프랜차이즈점의 경우 가맹에 따른 수수료는 없다"며 "밀리오레로부터 전체 물량의 50% 정도를 구매하는 조건만 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생산을 병행할 수 없는 지방 상인들에게 밀리오레 유통사업부 소속 150여명의 사입컨설턴트들이 양질의 물건을 저가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명동점은 지방 상인들에게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기지로 변신하게 된다. 밀리오레는 도매상가로의 변신작업의 첫번째로 지하 1~2층 350여개 점포로 구성된 '드림존'을 파격적인 임대조건으로 상인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제품기획 및 생산력이 입증된 상인들을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과 월 1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전혀 받지 않고 관리비만 내는 조건으로 유치할 방침이다.
유 대표는 지하층뿐 아니라 지상층 역시 점차 도매상가로 전환, 내년까지 1,200여개 점포를 도ㆍ소매 병행상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대문, 동대문의 경우 200~300여개 상가 3~4곳이 전국의 패션을 주도해왔다"며 "명동점이 계획대로 변신에 성공한다면 패션유통시장에 일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3만여개에 가까운 동대문 도매상가와 명동 밀리오레의 경쟁을 '계란으로 바위치기', '무모한 시도' 등으로 평가하는 시각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98년 동대문 밀리오레가 오픈할 때도 이런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90년대 도매상가 '팀204', '밀리오레'로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온 유 사장이 자신의 의도대로 '시장의 리더'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 여부는 그의 말대로 "지금부터 시작되는 승부"에 달려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