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들이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엇갈린 목소리를 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유엔 싱크탱크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명한 반면,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등은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있다며 미국을 두둔하고 나섰다.
UNCTAD는 16일(현지시간) 정책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그대로 맡길 경우 국제 경제에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UNCTAD는 "중국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시장에 환율을 맡기고 과거 일본처럼 절상 충격을 감수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며 “중국의 국내외 안정은 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UNCTAD는 또 중국이 경제 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다른 어떤 신흥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수를 진작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개인 소비는 9% 가량 증가한 바 있다. 이어 UNCTAD는 중국의 인건비도 다른 어떤 지역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고정 환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보다 ‘국제환율규제기구’를 설립해 외환시장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게 UNCTAD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튿날인 17일 IMF와 세계은행이 중국 정부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위원회에서 "중국 런민비(人民幣)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와의) 균형 조정이라는 논리에서 본다면 런민비는 평가절상될 것"이며 "내수 위주의 경제성장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은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은행도 이날 중국 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면 인플레 압력을 줄이고 경제 균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좀 더 엄격한 통화정책 기조와 위안화 평가절상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중반부터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약 6.83위안에 고정,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