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전남지사가 21일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각 캠프 간 합종연횡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오는 25일 시작되는 본경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이 순간부터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컷오프를 통해 본선에 진출한 5명의 최종 민주통합당 후보 가운데 첫 하차다.
박 지사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기도 하는 등 경선 후보로서의 활동을 이어갔었다. 그러나 전날 오후 늦게 상경해 서울 마포에 있는 캠프에서 회의를 소집했고 그 자리에서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은 데 따른 부담감이 사퇴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선거인단 모집이 전국 단위의 조직 간 세 대결로 비화되는 상황이어서 전남 외에 조직세가 약했던 박 지사가 선거를 마냥 끌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 박 지사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민주통합당의 경선은 조직 선거"라며 "민의를 대변하고자 하는 경선이 조직 동원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남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박 지사가 사퇴함으로써 그의 지지표가 어디로 갈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특히 호남 표를 양분하고 있던 정세균 후보 캠프에서는 박 지사의 사퇴가 호남 표 결집을 이끌어내 정 후보 지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지사가 컷오프 경선 과정에서 친노(親盧ㆍ친노무현) 진영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비문(非文ㆍ비 문재인) 후보인 손학규ㆍ김두관 캠프도 박 지사의 지지세가 자신들에게 쏠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 지사의 사퇴를 시발점으로 본경선을 앞두고 후보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다시금 높아졌다.
특히 문재인 후보가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1위를 달성할 경우 차순위가 유력한 손 후보 또는 김 후보 진영이 결선 투표에서 한쪽에 표를 몰아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손학규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중앙에서의 단일화는 검토된 게 없지만 지역 단위에서는 결선 투표시 한 곳으로 표를 집중하자는 여론이 높은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