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0만 아이폰 이용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위자료 소송 덕분이다. 법무법인 미래로의 김형석 변호사는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 애플 측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 덕분에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자신도 한몫 챙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이폰 이용자들이 김 변호사처럼 100만원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원의 판단을 잘 살펴보면 애플이 잘못했다는 '판결'이 아니라 '지급명령'이기 때문이다. 즉 김 변호사의 위자료 청구소송에 대해 애플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그럼 원고가 요청한 대로 위자료를 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소송은 항소와 상고 등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빠르게 채무를 받아내기 위한 법적 절차다. 옳고 그름을 따진 판결이 아니라는 얘기다.
향후 김 변호사가 밝혔듯이 집단소송 등 이와 유사한 신청이 잇따를 경우 애플코리아도 이번과 달리 직접 대응에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속단할 수 없다. 100만원을 타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와 그가 속한 법무법인은 신이 난 모습이다.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을 모아 집단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관련 홈페이지 개설에 나서고 애플의 횡포에 대응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실 이번 소송으로 해당 법무법인은 잃을 게 없다. 애플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낸다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실력 있는 법무법인이 되고 혹 실패하더라도 소송 의뢰 금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1만원의 소송 의뢰 금액을 받는다고 하고 소송 참가자들을 모은다면 '1만원 내고 100만원을 노리는' 사람들이 몰릴 수 있다. 국내 애플 이용자 300만명 중 10만명만 소송에 참여해도 10억원이다. 짭짤한 금액이다. 2만원을 받으면 20억이다.
애플의 잘못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상황은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1만원 내고 100만원을 기대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