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상생협력 나눠야 커진다] 대기업들 '상생DNA' 심고 中企와 공생

기술도…자금도…경영기법도… 아낌없는 나눔으로 성장 선순환<br>일회성 지원보다 협력사 경쟁력 강화<br>총수들이 진두지휘 나눔경영 올인<br>2·3차 업체들까지 온기 확산 노력


전자재료 전문기업인 대주전자재료는 지난 2004년 기로에 섰다. 척박한 국내 소재산업 환경 속에서 매출이 정체되고 R&D 투자여력이 고갈되면서 위기에 직면한 것. 이때 원청업체인 삼성전기가 '될 성 부른' 협력업체 키우기에 나섰다. 부품 수준이 일류화돼야 삼성전기의 글로벌 경쟁력 역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때부터 삼성전기는 대주전자재료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협력업체들을 선정, 구매량을 늘렸다. 또 삼성전기는 연구개발, 품질, 설계, 구매 담당자까지 나서 대주전자재료와 기술협력 'SD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대주전자재료는 매출 1,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LG전자의 협력업체인 이코리아산업 역시 LG전자의 상생협력에 힘입어 연평균 20%의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출성형 공법관련 기술을 적극 지원한 것은 물론 공장혁신을 위해 관련 전문가를 상주시키고, 필요하면 저금리 자금도 빌려줬다.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이코리아는 2008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직원 수도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LG전자 역시 날로 향상되는 이코리아의 기술력 덕에 가전제품 외관 케이스의 경쟁력을 배가시켜 '가전의 명가'라는 명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대기업들에겐 협력업체의 지속적인 성장과 품질향상이 필수요소라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기술도, 경영기법도, 자금도 나누면서 협력업체들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야 제품의 경쟁력이 제고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전한 협력업체들은 원청업체인 대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준다. 이에따라 대기업은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올리게 되고 협력업체들로부터 구매량을 확대나가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대기업들은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상생협력 노력을 한단계 더 발전시켜 한국 기업 전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나눔 경영'에 올인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을 튼튼하게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서 기업에 상생 DNA를 적극 심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무엇보다) 결과가 잘돼야 한다. 그게 잘되려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 누구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은 똑같이 노력해야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일회성 상생 프로그램보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본질적으로 강화시켜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직접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협력업체 2곳을 찾아가 무보증 융자 지원을 약속했다. 김 회장은 "펄프 가격 급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수행 임원들에게 "납품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라"고 지시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지난달 19일 인천지역 협력업체를 방문한 데 이어 26일에도 포항지역 협력업체 2곳을 방문하는 등 상생 행보에 적극적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달 20일 경남 창원에 있는 세탁기 부품 사출성형업체를 방문, 생산라인을 돌아봤다. 남 부회장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협력회사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협력회사가 자생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본질적인 체질 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진두지휘에 따라 각 그룹사들은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 집행에 들어갔다. 특히 2ㆍ3차 업체들로 대상을 확대해 상생지원이 윗목까지 퍼져 나가도록 주력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대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펀드'를 신설, 1차는 물론 2ㆍ3차 협력사에도 자금을 대출해줄 계획이다.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했던 교육ㆍ경영컨설팅 등을 2차 협력사로 넓히고, 협력사들과 공동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삼성전자가 주요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하는 '사급제도'도 도입했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업체가 지원받은 것과 동일한 내용의 지원을 2차 협력업체에게 할 경우, 1차 협력업체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키로 했다. 현대ㆍ기아차는 뿌리산업을 구성하는 2ㆍ3차 업체들을 비롯한 협력사들을 세계적 수준의 품질과 원천기술을 보유한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R&D 분야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기존에 운영해 오던 납품대금 100% 현금결제, 1,000억 규모의 운영자금 신용대출, 2,640억 규모의 상생보증프로그램, 기타 네트워크론, 녹색상생금형대출, 녹색브릿지론 등도 지속 운영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지난달 올해 총 7,400억원의 금융 지원, 5년간 1,000억원 규모의 우수 중소기업 R&D 지원책 등을 발표했다. 또 ▦R&D (연구개발) ▦장비 국산화 ▦사업 지원 ▦금융 지원 ▦협력회사 소통 전담 온라인 창구 개설 등 5개 분야로 나눠 체계적인 상생협력을 펼칠 방침이다. SK그룹은 상생경영이 1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2ㆍ3차 협력업체에도 선순환적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SK그룹의 1차 협력업체에 대해 2차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의무를 명문화했다. 또 SK에너지ㆍSK텔레콤 등을 포함한 10여개 계열사가 100% 현금성 결제를 해 협력업체의 자금운용을 돕고 있다. 또 SK텔레콤ㆍSK케미칼ㆍSK건설은 우수 협력업체에 대해 이행보증보험증권 제출 면제, 경쟁입찰 참가 우선권 등의 구매우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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