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콩 '우산혁명' 현장을 가다] 센트럴에 최대 50만명 운집… "689 물러나라"

학생지도부 "2일까지 사퇴 안하면 청사점거" 경고<br>가족단위 참가 늘어… 민주화 열망에 국경절 묻혀<br>"20년전 군사정권 몰아낸 한국 본보기로 삼을 것"

중화인민공화국 개국 65주년을 맞은 1일. 홍콩섬의 중심 센트럴은 중국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개국 기념일 축하 플래카드를 뒤덮어 버렸다. 전일 쏟아지는 빗속에서 펼쳐졌던 시위의 여운에 이른 아침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과 학생 7만여명은 오후1시께 벌써 특구정부청사 앞 광장과 주변 도로를 가득 메웠다. 집회를 이끌고 있는 '센트럴을점령하라' 측은 저녁이 되면 적어도 40만~50만명의 사람들이 센트럴을 채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시위는 오전8시 국경절 기념식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학생 시민단체인 '학만사조'를 이끄는 조슈아 웡 등과 시위대 수천 명은 국경일 국기게양식이 열린 완차이 골든바우히니아 광장으로 이동해 2017년 홍콩 행정수반 선거안 반대시위를 이어갔다.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가 게양되는 동안 등을 돌린 채 노란 리본을 묶은 손을 들어 엑스(X)자를 만드는 침묵시위를 펼쳤고 렁춘잉 행정장관의 등장에서 "퇴진 689"를 외쳤다. 689는 지난 2012년 렁 장관이 행정장관 간접투표에서 얻은 득표수다.


시위대 측이 '결전의 날'이라고 선언한 국경절인 만큼 시위대와 경찰 간 긴장도 한층 높아졌다. 지난달 29일 최루액 사용으로 받은 비난여론 탓인지 전일 시위에 강경대응 하지 않았던 경찰은 오전 일찍부터 센트럴과 완차이를 잇는 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시위대도 이날 시위 양상을 예고하듯 헬멧·마스크 등을 곳곳에 준비하고 지도부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오후에는 센트럴을점령하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베니 타이 홍콩대 법학과 교수가 외신들을 상대로 이번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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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시위 현장은 전일과 달리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휠체어를 탄 할머니와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에서 유모차와 등장한 젊은 주부, 아이의 손에 우산을 들린 젊은 아빠의 모습도 보였다.

시위 현장 곳곳에 붙은 메모에는 중국 정부와 함께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 메모는 중국을 이스라엘에, 홍콩을 가자지구와 비슷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외신 등이 예상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일국양제 자체를 부정하는 분리주의 독립에 대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토니 청(42)씨는 시 주석이 이날 국경절 기념식에서 일국양제 원칙을 강조한 것에 대해 "일국양제의 약속을 깬 것은 우리(홍콩)가 아니라 중국 정부"라며 "경제 타격을 말하는데 사람은 배만 부르면 되는 게 아니라 가슴과 머리가 있다"고 말했다.

1987년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언급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많았다. 시위에 참가한 60대 여성인 저우청린씨는 "시위가 중국과 홍콩의 관계에 앞서 정부와 공민의 관계"라며 "한국이 20여년 전 시민들이 군사정권을 몰아냈듯이 우리도 한국을 본보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큰 고비를 맞은 홍콩 민주화 시위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은 쉽게 예단하지 않으면서도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천딩딩 마카오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위대에 강경진압을 나설수록 시위대의 숫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당장 어려운 선택에 기로에 놓였지만 유혈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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