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일각선 詩의 시대 지고 있다지만 아직도 화려한 꽃피우고 있는중"

고은 시인 산문집 '나는 격류였다' 출간

"그동안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써왔던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 시(詩)의 시대가 지고 있다는 말도 있지만 시는 아직도 화려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고은 시인이 23일 산문집 '나는 격류였다'를 내놓고 간담회를 가졌다. 이 책은 그동안 시인이 외부에 써왔던 기고문을 비롯해 강연, 대담 등을 모아서 수록한 것으로 시인의 시 철학 세계, 시인의 삶과 시를 관통해온 시간과 에피소드들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한때 리어카를 끌고 장사하고 싶었고 시를 태웠던 적도 있었다"며 고뇌했던 시기를 회고하기도 했다. 저자는 "시란 사실 세상과 강, 그리고 자연, 주변에 널려있는 모든 것으로, 어쩌다 나 같은 시인에 의해 수습되는 것"이라는 시론(詩論)을 폈다. "서구에서 나온 시론에 얽매이지 않고 내 모세혈관이 미세하게 느끼는 그런 시를 쓰고 싶었지만 사실은 그런 시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돌아본 뒤 "그래서 시를 쓴다는 것은 쉽게 얻어지는 자유가 아니라는 게 요즘 내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인은 또 "시인은 훈계하고 가르치는 교사 역할이 아닌 것 같고 마음이 닫혀 있으면 위로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라는 시인론(詩人論)도 펼쳐보였다. 고은은 "주인이 왔을 때 개가 반갑게 꼬리 세워 흔드는 모습과 감정, 가을밤 새벽까지 멈추지 않고 노래하는 벌레소리를 자연 그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우리말에 대한 고민과 충정도 이번 산문집에 일부 담았지만 사실은'나는 왜 이처럼 빈약한 책을 세상에 내놓는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고은은 이어 올 4월 전 30권으로 완간된 '만인보'이후의 근황에 대해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말로 시작(詩作) 활동을 여전히 계속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통일이 되면 한반도에 새 문명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통일은 한반도 비핵화가 전제됐을 때 당겨질 수 있는 것"이라며 최근 북한의 핵 논쟁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매번 거론돼온 노벨문학상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그 얘기는 하지 말자. 졸렬한 대답밖에 나오겠느냐"며 다음 기회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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