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조사든 청문회든 정보유출 수습이 우선

사상 초유인 대량의 개인정보 유출은 그야말로 국가적 재난사태다. 금융당국은 2차 피해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어이없이 털린 개인정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거래되고 있다는 생각에 아찔하기만 하다. 금융당국은 급기야 금융회사의 전화영업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충격요법까지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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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금융당국을 질책하면서 특단의 대책수립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현저한 입장차를 보여 앞으로 제도개선에 정치권이 제 몫을 다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새누리당은 해당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책임자 문책과 함께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 있다. 여야가 제2의 개인정보 유출대란을 막을 제도적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형식에 얽매이는 행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나라 전체가 일대 혼란에 빠져 있는데도 청문회가 옳다느니, 국정조사가 맞다느니 옥신각신하는 것은 국민에게 염치없는 일이다.

우선 급한 것은 사고수습이다. 신용카드 교체와 비밀번호 변경 같은 카드런 현상이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불안심리는 여전하다. 자칫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용사회의 근간이 붕괴되고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뒷북 대응에 나선 금융당국의 허둥대는 모습이 마뜩지 않지만 위기대응에 힘을 쏟도록 정치권이 조금 기다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감독·관리부실 문제를 따지지 말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책임을 마땅히 물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책임자 문책에 전력을 쏟을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에서 보완입법을 마무리한 뒤 국정조사든 청문회든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란다. 문책 문제 역시 수습 이후에 제기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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