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리인하로 경기가 살아날까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3.7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보다 경기가 더 다급하다고 금리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해 걱정이 앞선다. 금리를 내려 살아날 경기라면 백번이라도 인하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는 살리지 못하고 인플레이션만 자극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오히려 올려야 할 필요성이 더 큰 게 아니냐는 주장마저 있는 터다. 박 총재는 최근의 물가오름세를 계절적인 요인과 비용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서 오는 9월 이후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생필품은 몰라도 유가만큼은 장기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리고 한번 오르면 내릴 줄 모르는 많은 공공요금이 인상됐거나 인상대기 중이다. 3.75%의 금리도 기록적인 저금리였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가 금리부담 때문이 아님은 잘 알려진 일이다. 기업들은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 빚을 내서 투자할 생각은커녕 은행 빚을 갚기에 바쁘다.투자부진의 원인은 경기전망과 정책의 불투명성이 겹친 다분히 심리적인 것이다. 가계 쪽을 보더라도 금리인하로 인한 이자부담 경감효과보다는 이미 예금을 하면 손해를 보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의 이자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400조원대에 이른다는 부동자금만 더 늘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엊그제 미국은 금리를 올렸다. 나라마다 경제여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경제와 밀접히 연동돼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거꾸로 가는 디커플링 현상이 가져올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다만 박 총재가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의미가 있다. 줄곧 낙관론을 펴오던 그가 비관론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의 경제인식은 시장에서 불안감을 산 적이 많았고 이번 금통위의 갑작스런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시장은 비슷한 징후를 느끼고 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낫긴 하지만 억지로 할 일은 아니다. 이번 금리인하가 그나마 효과를 발휘하려면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예금금리는 즉각 내리면서 대출금리 인하에는 미적거리고 있는 은행의 습성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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