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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난징시 바이샤구(白下區) 까오신취(하이테크단지)에 지난달 새 둥지를 튼 LG 세탁기 공장인 난징러진슝마오뎬지(南京樂金熊猫電機)유한공사. 각각 연간 70만대 생산이 가능한 10개 생산라인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1호 라인이 지난달 가동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일과 13일 추가로 2개 라인이 증설되는 등 생산증대에 여념이 없다.
이 회사의 김현식 공장장은 "기존에 있던 인근 공장이 고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생산 캐파가 두 배 많은 신규 공장으로의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며 "오는 10월 말까지 5개 라인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자 가전업체의 입지가 하이얼 등 중국 토종업체의 대약진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난징의 세탁기 공장은 오히려 대규모 생산증설을 통해 중국 시장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고 있다. 그 비결은 경쟁업체보다 한 발 앞선 기술력과 현지화를 통한 밀착 마케팅이다. 저음에다 섬세한 세탁이 가능한 DD(Direct Driver) 구동기술 등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 도시에도 LG 전용매장을 깔며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생산실장ㆍHR지원실장을 신설해 중국인을 최고 책임자로 영입함으로써 생산 효율화를 제고하고 현장 근로자의 복지를 강화했다. 이 같은 현지화는 일할 맛 나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김 공장장은 "올해 전반적인 경기가 하강 국면을 보이면서 세탁기 시장이 6%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품 고급화ㆍ차별화 전략에다 수요가 탄탄한 2ㆍ3선 도시를 적극 공략해 지난해와 같은 25% 성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징 세탁기 공장의 이 같은 선전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중국 LG의 대대적인 조직 효율화 및 구조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LG는 2002년부터 시작한 중국 휴대폰 부문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고전하는 등 근래 중국 사업이 순탄치 못했다. 이에 대응해 LG전자 본사 경영혁신 부문 사장을 맡고 있던 남영우 사장이 2011년 6월 LG전자 중국대표 사장으로 전격 부임해 근본적인 조직개혁 및 장기적인 재도약 청사진 작업 마련에 나섰다. 사장급으로 해외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남 사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LG가 성장잠재력이 어마어마한 중국 시장에 큰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먼저 조직구조 효율화를 위해 중국 전역의 지역본부를 폐지하고 중국 본부와 현장의 지사ㆍ생산법인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2단계 의사결정 구조로 바꾼 한편 중국 전역의 31개 법인을 17개 법인으로 슬림화했다. 판매 부문은 본사 이사급 주요 영업 책임자 및 각 지방의 영업을 책임지는 지사장을 현지인으로 임명했다. 현재 일선 영업을 책임지는 17명의 지사장 중 10명이 현지인이며 회사 측은 앞으로 현지인 비중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경제성장 방식 전환에 맞춰 급성장하는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화가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LG 전용매장을 지난해부터 신설하는 한편 고급 제품의 다양화,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한 3ㆍ4급 도시 공략에 나서고 있다.
남 사장은 "중국은 시장계층이 다양하므로 제품ㆍ소비자를 차별화해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가 제품군을 포기하고 차세대 OLED TV를 올 하반기 출시하는 등 하이엔드-미드엔드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에 주도적으로 부응하는 에너지 절약형 가전 제품을 속속 내놓음으로써 미래 가전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냉장고 내용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는 스마트 냉장고가 대표적인 예다. 기존 가전 사업 외에도 공기정화기ㆍ정수기ㆍ로봇청소기 등 헬스케어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고급 자동차인 BMW 판매장 등을 통한 특화 마케팅으로 살균 및 냄새 제거에다 다리미ㆍ건조 기능까지 갖춘 '스타일러' 제품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신흥전략 산업 육성 정책에 맞춰 태양광 모듈, 수처리 사업 등 미래 전략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수질을 정화하는 수처리 사업은 올해부터 이미 본격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