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전력투자사업 256건을 인터넷에 유출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방위사업청의 실무자 5명만을 처벌하기로 한 것을 놓고 징계대상 범위가 너무 작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창군 사상 이번처럼 한꺼번에 군사기밀이 대량으로 유출된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관련자 뿐 아니라 지휘계통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기무사는 17일 문건을 작성했던 당시 방위사업청 총괄사업팀의 정모 대령과 2명의 이모 중령, 이모 소령진급 예정자를 비롯한 문건을 넘겨받아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업체에 넘긴 정보화사업팀의 최모 소령 등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총괄사업팀 관계자들은 3급 기밀 등이 포함된 '사업총괄 현황' 자료를 기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정보화사업팀에 넘긴 혐의로, 최 소령은 이 자료에 기밀이 포함됐다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외부 업체에 넘긴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이들이 군복무 기간이 길고 전력투자사업에 근무했던 경험자들이어서 누설된 문건이 기밀에 해당하는 지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군형법상 기밀누설죄를 적용했다는 게 기무사의 설명이다.
유출된 문건에 적시된 내용을 방위사업청 요청으로 넘겨줬던 각 군 실무자 10명과 수사과정에서 보안성 저촉 혐의가 드러난 방위청 소속 현역.공무원 등 6명은 해당 기관에서 징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기무사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군 검찰에 송치된 실무자들 외에, 이들을 지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지휘계통에 대한 문책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윗선'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이번에 유출된 문건 가운데 170건이 우리 군의 핵심적인 군사력 건설과 연구개발, 군 구조체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밀사항이라는 점에서다.
기무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수사팀은 유출된 문건에 한정해 관련자들에 대한조사를 벌였다"며 "관련자들 외에 지휘계통을 문책하는 것은 '정무적인 판단'이 가미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사팀이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방위사업청이 국방부 장관의 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는 만큼 기관장 등 지휘계통에 대한 장관의 최소한 '경고' 조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사건 재발방지 대책도 미흡하기 그지없다는 지적도 있다.
방위사업청은 ▲보안업무규정 제정 ▲자료유출방지 시스템 도입 ▲출입통제시스템 도입 등을 유사사건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방위사업청이 출범하면서 이미 내부적으로 꾸준히 검토됐던 사항이라는 게 방위사업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군 기관에서 중앙행정기관으로 성격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908명의 현역이근무하는 특수기관임에도 보안업무를 국정원과 기무사가 어떤 식으로 분담할 지 등에 대해서는 "협의해 나가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내놓았다.
보안업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방위사업청 뿐 아니라 방위사업청의 출원기관으로 위상이 바뀐 국방품질기술원, 국방과학연구원(ADD) 등에 대한보안감독업무도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벌써부터 두 기관에서는 기무나 헌병 요원이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 요원들의 활동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