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고액 영어유치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불량 식재료로 점심을 만들어 먹이는 바람에 원생들이 장기간 집단복통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제기돼 당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는 반포동에 있는 한 영어유치원 원생 수십 명이 복통을 앓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식재료를 거둬들이고 원생들의 가검물을 채취하는 등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종일 영어로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 유치원은 자체 주방에서 점심과 간식을 만들어 원생들에게 먹여왔다.
서초구 관계자는 “14일 밤 학원 주방에서 튀김가루와 간식용 해바라기씨, 고구마, 누룽지 등 식재료와 칼, 도마를 수거하고 원생 33명에게서 대변을 넘겨받아 보건환경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식재료 일부가 길게는 2년 이상 유통기한이 지난 사실을 확인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물론 역학조사 결과 식중독균이 검출되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쓴 데 대해 원장이 잘못을 인정했다”며 “200명 넘는 원생에게 음식을 먹이면서 집단급식소로 신고를 안 한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6개월 전부터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주방 냉장고를 확인한 결과 썩어서 곰팡이로 뒤덮인 식재료가 가득 차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곱 살짜리 아들을 이 유치원에 보내는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배가 아프다고 해 엄마들과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고구마와 누룽지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며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학원비를 내면서 아이를 맡겼는데 이 같은 일을 당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