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연구원장 새해 시론] 일본과 중국을 다시 보자


세계에서 한국만큼 일본과 중국을 모두 가볍게 여기는 국민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내총생산(GDP)로 볼 때 일본은 지난 2009년까지 세계 2위였고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2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2ㆍ3위의 초강대국을 위아래로 두고 이렇게 기를 펴고 살게 된 것은 최근에 불과하다. 우리도 만주를 호령하던 때가 있었지만 1100년 전의 일이고 발해가 망한 이후 한민족은 한반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과 일본의 크고 작은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도 100년 전에는 나라를 잃고 60년 전에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모든 국토가 잿더미가 되었다. 경제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한반도 남단, 섬과 같은 국가로 변변한 자원과 에너지 하나 내세울 것 없이도 수출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건설했다. 2010년의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질구매력을 반영한 GDP는 3만달러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 이래 온 국민이 이렇게 물질적 풍요를 누려본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의 성적표를 가지고 미래를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먼저 일본을 보자. 일본은 2차대전에 패망했지만 한국전쟁 특수를 입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거듭해 1980년대에는 전자ㆍ자동차ㆍ조선 등 세계의 제조업을 지배하는 최강자로 부상했다. 1990년대를 넘어서면서 버블이 붕괴되고 인구구조가 노령화되면서 휘청거리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의 GDP를 모두 합해도 일본보다 작고 경제 2위국으로서의 위상을 최근까지 유지하여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의 시대는 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인구가 1억2,000만명이 넘고 GDP는 세계 2ㆍ3위인 초강대국이다. 일본도 수출입국한 국가지만 일본의 대외경제의존도는 30%수준에 불과하다. 혹자는 일본이 내수시장에 만족해 대외 경쟁력이 약해지는 우를 범했다고 하지만 일본은 불안한 방향으로 출렁이는 세계시장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구조로 전환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사실상 세계의 공장으로서 빼어난 생산력을 내보이고 있다. 저임금의 노동력은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중국 역사상 최대의 국토면적 위에는 13억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만 자급되는 것이 아니라 석유 등 에너지와 각종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게다가 희토류 등 저개발국의 지하자원도 선점하는 등 발 빠른 미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멀지 않아 2차대전 이후 미국이 누렸던 경제적 지위도 넘볼 수 있을 위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강한 일본과 더 강한 중국의 존재는 우리에게는 도전이자 기회라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어떻게 생존할 것이냐에 있어서는 명확한 답이 없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대로 하락한 상태인데다 인구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오랜만에 경기가 활력이 넘치는 듯하지만 각종의 선행지수는 빨간 불을 깜박이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보다 우려되는 것은 과거의 생산함수에서는 무시할 수 있었던 에너지ㆍ원자재ㆍ식량 등 1차적 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ㆍ인도ㆍ러시아ㆍ브라질ㆍ인도네시아ㆍ멕시코 등 부상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이 자원부국이라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최근 석유가격 변동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경기가 회복되면 에너지 등 자원 가격이 폭등한다. 日모델 극복 발전전략 모색을 한국은 일본의 성장모형을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국가다. 우리가 일본과 비교할 때 흔히 하는 가장 큰 오류는 현재의 한국과 현재의 일본을 비교하는 것이다. 한국의 현재와 비교해야 하는 일본은 20여년 전의 일본이다. 한참 잘나가던 일본만큼 현재의 우리는 강한가. 이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일본 모습은 한국의 우울한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1988년 올림픽 개최 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려 후회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그런 과오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일본만큼만 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일본모델을 극복할 수 있는 한국형 발전전략을 차분히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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