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근로자 이사제ㆍ평화협약 도입 추진] 근로의욕 고취ㆍ투명경영 확보 초점

근로자 이사제도의 도입과 노사평화 협약 구상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노사정책을 함축한 것으로 보여진다. 근로자의 기본권익을 최대한 보장하되 근로자 자신도 경제성장의 책임있는 기간축이 되어 달라는 주문이 깔려 있다. 새 정부의 계획대로 노사협력 문화와 새로운 기업경영체제가 자리잡을 경우 우리 경제는 비약을 향한 인프라(기반)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인다. 순풍을 기대하기도 힘들고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리한 강행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순리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근로자 이사제도 도입=재계의 반대가 가장 심한 사안이다. 아직까지 인수위의 구상이 공론화 이전이어서 재계도 공식적인 대응을 일절 삼가하고 있지만 이 제도의 도입을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감지된다. 민간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당선자의 선거공약인 종업원지주제도도 받아들이기 힘든 데 그보다 한발 더 나간 근로자 이사제도는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이 제도가 경영투명성을 담보하고 근로자의 자발적인 노동의욕을 북돋는 최상의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인수위와 노사정위원회는 물론 노 당선자의 핵심 경제측근들도 구체안을 짜고 있는 것에서도 제도 도입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경쟁력강화에 갈등극복 효과까지=근로자 이사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독일. 90년대 들어 미국에 처지기 시작한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각각 동수의 감독이사를 추천하는 `감독이사회` 제도를 운용한 독일은 이 제도 운용의 모범국가로 꼽힌다. 제도 도입후 노사간 이해가 깊어져 불신과 갈등이 줄어들고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비자금 마련 같은 불법행위도 원천적으로 막혀 버렸다.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낸 김영호 경북대 교수는 “노동의 유연성 부족을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기업과 산업, 국가 경제가 발전하려면 노동에만 유연성을 요구할 게 아니라 주주의 유연성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유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갈등을 극복하는 사회통합형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 근간이 변한다=노 당선자의 핵심 경제측근은 “근로자 이사제도는 사용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윈윈(Win-Win)게임”이라며 “궁극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 뿐 아니라 기업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와 소비자, 지방자체단체 등이 기업을 위해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의 근간을 주주중심(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중심(Shakeholder Capitalism)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노사평화로 연결, 시너지 효과 노려=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경영은 기본적으로 협조와 상생을 전제로 한다. 새 정부가 근로자 이사제도를 노동정책의 핵심축으로 삼으려면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책임있는 노동행위로 이어지고 결국 노사평화, 경쟁력 강화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 진영은 노사평화가 빠른 시일안에 구체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네덜란드식 노사평화가 벤치마킹 대상. 지난 82년 노사대표가 만나 실질임금 삭감, 노동시간 단축으로 취업 확대, 무분규를 약속한 `바세나르 협약`으로 네덜란드는 유럽의 골치거리에서 최우량국가로 거듭났다. `폴더(Polderㆍ간척지) 모델`로 불리는 노사평화 합의 덕분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노동의 경영참여 장치를 만들고 노사가 만나 무분규선언 같은 구체적 협약안을 도출해낸다면 우리경제의 강력한 성장엔진을 달게 되고 외국자본의 투자도 밀려 들어올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백년대계가 여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난제 산적=문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은 노동의 경영참여를 노동부문은 평화협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접촉한 한 노조 대표는 `이미 써먹은 노사정 대화합의 제 2탄이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네덜란드가 폴더모델을 선보였던 당시나 외환위기 직후 같은 위기의식도 없는 상황이라 양자를 설득하기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새 정부의 어깨에 추진의지만큼 커다란 과제가 걸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초기에 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기간동안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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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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