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로ㆍ골드만삭스 법정관리, 합법ㆍ성실성 여부 줄다리기

진로의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 개시여부 결정일을 며칠 남겨두고 진로와 골드만사스와의 신경전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법정관리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 서울지방법원은 다음달 초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회사정리법(이하 법)상 법정관리 기각 사유를 볼 때 이번 진로 사건에서 법원이 판단해야 할 사항은 다음 세 가지다. 곧 ▲채권자가 정리절차 개시신청을 위해 그 채권을 취득한 때(법 제38조 제2호) ▲화의기업의 경우 그 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할 때(〃제4호) ▲기타 신청이 성실치 않을 때(〃제8호)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는 회사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명백히 클 경우(〃제5호)가 있는 데 이번 사건에서는 이 경우로 기각 결정을 받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세나 인베스트먼츠의 법률적 지위는=진로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골드만삭스 계열사 세나 인베스트먼츠의 법률적 지위와 신청의 합법성을 문제 삼았다. 진로측은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1월 아일랜드 소재 법률사무소를 통해 세나 인베스트먼츠를 페이퍼컴퍼니로 설립한 뒤 지난 1월초 진로 채권 870억원을 양도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번 법정관리 신청은 국내 판례가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소송신탁에 으로, 따라서 법정관리 신청 자체를 원천 무효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측은 “세나 인베스트먼츠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며 필요한 자본금과 이사회 등의 법인 실체를 갖추고 있다”며 “한국 법에 따라 적법하게 진로의 부실채권을 인수했고 다른 회사 채권도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정관리가 채권자에게 이익인가=이번 사건에서 최대의 쟁점은 채권자들의 이익 여부다. 여기서 `일반의 이익`이라는 것은 단순히 많은 수가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어느 절차에 의할 때 채무변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가다. 하지만 채권자 절대 다수의 동의라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진로와 골드만삭스는 지금 우군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해외 채권단을 중심으로 30%이상의 동조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로측은 1조원대의 외자유치가 가능하다며 국내 채권자들을 설득 중이다. 23일 현재 50%가량의 `법정관리 반대` 동의를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의 성실성은=진로는 골드만삭스가 법정관리에 넣겠다며 자신을 협박, 다른 것은 얻어내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진로는 “골드만삭스는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진로의 구조조정을 방해해 왔으며 이번 법정관리 신청도 향후 채권자들과의 채무조정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기만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진로는 5년간의 채무유예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분할 변제해야 하는 화의채무 원금을 갚지 못했다”며 “외자유치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계열사 지급보증도 동반부실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정관리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5월 이후 진로의 운명=진로는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 주면 기존에 진행하던 외자 유치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영진 진로 상무는 “미국계 투자은행인 CSFB를 통해 해외에서 1조600억원의 외자를 유치, 올해 6월말까지는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채무조정안을 끝낼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화의 종결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해외 투자가들이 진로 지분을 잃게 되는 장진호 전 회장의 경영권만은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의 진로는 적대적 채권자들로부터 법원의 보호를 받으며 자생력을 키울 수 있으나 장 전 회장의 경영권은 박탈된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골드만삭스의 주장대로 국제입찰을 통한 자산매각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회사 정상화도 꼽을 수 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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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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