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7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양측은 10개항의 교류협력에 합의했다.
그 중에는 일정이 확정된 회담이 있고, 윤곽만 잡힌 것도 있으나 아무튼 외형상으로는 푸짐해 보인다.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남북경협추진위, 10월19일부터 22일까지는 평양에서 제8차 장관급회담이 열린다.
추석때 이산가족 상봉단이 교환되고, 9월에 경ㆍ평축구 개최, 북측대표단의 부산아시안게임 참가가 이어진다. 6.15공동선언 후 봇물을 이루었던 남북교류가 재현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핵심이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합의내용 자체도 9월 중의 금강산댐(안변청년발전소 임남댐) 공동조사를 위한 회담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합의 됐던 것 들이다.
이번 회담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월드컵 기간 중 북측이 서해에서 저지른 망동적 도발사건이후 그들이 제의해 열린 회담인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서해교전에 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처벌 등을 강력히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그에 앞서 북측의 자발적인 입장표명을 기대했다. 그러나 합의문 어느 구석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고, 우리측이 제대로 따졌는지도 불분명하다.
이 문제는 상당부분 군사당국자 회담에서 협의 할 과제다. 물론 군사당국자회담은 철도ㆍ도로연결과 개성공단건설, 금강산관광확대, 임진강 수해방지 등 경협사업의 시행을 위한 사전적 절차로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양측은 이 부문에서 이렇다 할 합의를 보지 못했다. 우리측 공동보도문에는 '군사당국자 회담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키로 했다'고 돼 있으나 북측 발표문에는 '양측이 관계당국에 개최를 건의키로 했다'고 돼 있다. 북한으로서는 장관급 회담과는 별개로 군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본질적인 회담을 회피하고 또 난관을 조성하려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경협사업을 위한 군사보장문제는 미군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남북군사당국이 얼마든 협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남측이 회담을 하자는 것은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측을 돕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북측이 남측의 회담 요구에 무슨 시혜를 베풀 듯 하고 있으니 일이 거꾸로 됐다.
더욱이 최근 북측은 군사문제에 관한한 미국과 직거래를 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남측으로부터 경협만 얻어내고 군사문제는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술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을 배제하고선 경협은 물론 군사문제 역시 해결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측도 이 문제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