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으로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치료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따라서 나이 50 이상이라면 수축기 혈압은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제3회 고혈압주간(12월1일~12월6일)`을 맞아 전국 대학병원 등에서 시민공개강좌와 건강상담 등 캠페인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대한고혈압학회 배종화(경희의대 교수) 이사장은 “고혈압은 국내 성인 3명중 1명이 앓고 있으며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어 환자의 상당수(75%)가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모르고 지낸다”면서 “당뇨 등 다른 성인병과 동시에 앓는다면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이사장은 “마른 체형이라고 고혈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만일 경우 상대적인 위험성은 훨씬 높다”면서 정상체중 유지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환자 중 적절한 치료를 받아 정상혈압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단지 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높은 혈압은 혈관과 장기를 손상시켜 뇌졸중ㆍ심부전ㆍ신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배 이사장은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에게 왜 치료를 받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픈 데가 없는데 왜 치료를 받느냐고 반문한다”면서 “혈압이 높은 상황인데도 치료의지가 없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1998년 보건복지부의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의 고혈압 비율은 남자 31%ㆍ여자 27%로 3명중 1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이는 1990년 남자 21%ㆍ여자 20%에 비해 10년간 약9% 증가한 것이다.
배 이사장은 “고혈압은 나이를 먹을수록 위험성이 더욱 증가한다”면서 “20대의 경우 13%, 30대는 15.5%, 40대는 26.3%이다가 그 이후에는 급격히 증가해 50대에서는 40%, 60대는 48%로 2명중 한 명 꼴로 고혈압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대부분 평소에는 증상이 없지만 특히 피로할 때 두통 현기증 불안감 무력감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머리 뒷부분이 뻣뻣하거나 당기고 사지 근육통이나 귀의 이명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심해 혈압이 아무리 높아도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혈압이 조금만 상승해도 심한 자각증상을 호소하기도 해 증상에 따라 고혈압의 진행정도를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판단이다.
배 이사장은 “체내에 혈압이 올라가면 뇌 심장 신장 등 중요한 여러 신체장기에 손상을 초래해 수명을 단축한다”면서 “평균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하지 않은 환자는 정상인보다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3배나 높으며 심부전은 6배, 뇌졸중은 4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배 이사장은 “치료제는 경제적으로 부담 없는 2~3가지를 병용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효과는 극대화 할 수 있다”면서 “정상적인 치료법은 외면하면서 죽염 등 확증 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누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혈압에 관한 오해들
섹스 도중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 있다. 물론 혈압은 맥박이 빨라지면 상승한다. 때문에 성 관계를 가질 때도 혈압은 상승한다. 특히 오르가슴을 느낄 때는 혈압이 급상승했다가 떨어져 혈압차는 무려 100㎜Hg 정도까지 된다.
그러나 소위 `복상사`는 과도한 음주나 과식 후 낯선 환경에서 배우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상인 부부간 성생활은 문제가 없다. 저혈압이 위험하다는 것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이다. 혈압이 낮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극단적인 환경에서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 혈압은 낮은 게 좋다.
남자의 병이라는 인식도 잘못이다. 중년까지는 남성이 많지만 50대부터는 장년, 노년층의 경우 고혈압 사망률이 여성이 남성의 2배에 달하고 있다. 남녀 모두에게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여자에게 더 치명적이다. 특히 임산부가 고혈압일 경우 산모와 아이 모두 치명적일 수 있다.
대머리인 사람이 고혈압 확률이 높다는 말도 근거가 없다. 의학계엔 이와 연관된 어떠한 보고도 발표된 것이 없다. 추운 겨울에 혈압이 낮아진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정반대다. 우리 몸은 차가운 공기와 접하면 체온의 발산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한다. 수축한 혈관은 혈액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지 못해 혈압을 상승시킨다. 혈압은 여름보다 겨울에 높다. 요즘 같은 초겨울에 돌연사가 많은 것도 이유가 있다.
새우ㆍ게 등 갑각류가 혈압을 높인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새우와 게 등은 오히려 몸에 활력을 높이는 식품이다. 과도한 염분섭취를 피하고 동물성 지방질을 많이 먹지 않으면 된다. 고혈압에 특별히 나쁜 식품은 없다.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 고혈압 왜 생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이 95%를 차지하고 다른 질환에 의해 2차적으로 오는 2차성이 5%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혈압은 본태성으로 본태성으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그 외에는 나이ㆍ과도한 염분ㆍ비만ㆍ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전적 요인=부모나 친척 중 고혈압 환자가 있으면 발생 가능성이 높다. 부모 중 한 사람이 고혈압일 경우 25%, 양측 다 고혈압이면 다음 세대에서 50%가 발생한다. 가족 중 환자가 있거나 젊은 나이에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을 앓았다면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나이ㆍ염분=연령이 높아지면 혈관 탄력성이 줄어 동맥이 굳으면서 고혈압이 발생된다. 사람이 하루 필요로 하는 염분은 1∼2g정도. 염분을 많이 섭취하는 민족일수록 고혈압과 뇌졸중 발생비율이 높다.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20g의 염분을 섭취한다.
◇비만=비만한 사람은 혈액량이 증가하며 말초혈관의 저항이 커져 확장기 혈압이 상승한다. 특히 복부비만은 내장지방세포에서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과 여러 물질을 분비해 혈압을 상승시킨다. 1990년 국내 고혈압 유병률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중 과체중은 남자 20.3%, 여자 28.1%이며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환자는 남자 73%, 여자는 78%로 나타났다.
◇스트레스ㆍ흡연=스트레스를 받으면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교감신경계는 말초혈관을 수축시키며 맥박을 빨리 뛰게 해 혈압을 상승시킨다. 담배에 포함되어 있는 니코틴은 교감신경을 흥분 시켜 혈압을 상승시킨다.
◇추운 날씨=우리 몸은 차가운 공기와 접하면 체온의 발산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한다. 수축된 혈관은 혈액흐름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 혈압을 상승시킨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