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전부총리등 안정대책 보고때까지 전혀 몰라/“후임인선 금융위기 관리차원 실무형 낙착” 분석강경식 부총리와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의 경질은 그야말로 전격적인 통보였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듯이 지금까지 이들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이례적으로 두터웠던 만큼 경질 결심과 통보도 청와대 비서실관계자들조차 예상치 못할 정도로 신속히 처리됐다.
강부총리와 김수석은 19일 상오8시 금융안정대책 발표내용을 김영삼대통령에게 미리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에 올라갔다가 교체방침을 통보받았다는 것.
김수석은 9시20분께 보고를 마친뒤 집무실로 돌아와 경제수석실의 비서관들에게 교체사실을 통보한 뒤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10시에 갖겠다는 뜻을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해옴으로써 「경질」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김대통령이 강부총리와 김수석을 전격 경질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18일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김대통령이 전날 모친상을 당한 조홍래 정무수석의 상가를 이날 상오 직접 방문하려던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된다. 민정수석실도 18일 하오까지 경제팀이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별다른 대비를 하지 못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끝에 경제팀 교체를 결심한 김대통령은 이날 새벽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에게 경제부총리 기용방침을 통보하고 후속 인선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이날 상오 강부총리 등의 사표를 수리하고 하오에 후속 인선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아·태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와 금융안정대책 발표 등의 일정을 감안, 곧바로 신우재 대변인을 통해 경질내용을 공식발표하고 상오11시 임명장을 수여하는 등 후속조치를 일사천리로 끝냈다.
당초 신공보수석의 경질 발표문에 김영섭 경제수석의 직급이 전임 김수석처럼 장관급인지 아니면 차관급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관계 비서실이 이를 확인하느라 한때 혼선을 빚을 정도. 또 신임 림경제팀의 임명장 수여시각에 맞추기 위해 후임 관세청장·중기청장의 추천후보 명단을 정리, 황급히 본관에 들여보내기도.
반면 강부총리는 전날밤 각 언론사에 『내년 1월중 임시국회에서 금융개혁법안을 처리, 시급한 금융개혁 과제를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 전격 경질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음을 반증했다.
김용태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들은 18일 저녁 금융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된데 대해 김 전임수석을 위로하고 4자회담 예비회담을 앞둔 반기문 외교안보수석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만찬을 함께 하는 등 경제팀 경질 사실을 몰랐다는 후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경제팀의 유임과 경질을 놓고 (대통령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안다』면서 『후임을 중진급 인사로 하느냐, 실무형으로 임명하느냐를 놓고도 고심한 끝에 금융위기 관리차원의 실무형으로 낙착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부총리팀의 경질 배경에 대해 『각 신문이 사설을 통해 일제히 경제팀 교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경제운영이란 물흐르듯 유연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미흡했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말했다.<유석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