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패의 부메랑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 도달한후 7년째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후 유일하게 선진국대열에 합류한 일본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에 도달하는데 5년 남짓 걸렸고 유럽에서는 아일랜드가 7년만에 2만달러 고지를 밟은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마(魔)의 1만달러 고지` 에서 너무 오랫동안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도성장기를 숨가쁘게 살아오면서 경제실적에 관한 한 초과달성에 익숙해진 개발연대 주역들로서는 장기간의 정체와 혼란스런 경제가 답답하고 염증이 날만도 하다. 한국이라고 중남미처럼 되지 않고 반드시 선진국이 되라는 법이 있느냐며 아예 체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다. 60년대이후 경제개발에 눈을 떤 이후 GNP경쟁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가난 탈출의 염원을 단기간에 실현한 우리나라가 선진경제 도전에는 좌절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최근 주5일제근무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 열심히 일하는 나라에 속한다. 거의 빈손이었던 개발연대에 비하면 자본축적도 엄청나게 이뤄졌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비롯해 고도성장을 가능케 했던 요인들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도 경쟁력은 오르지 않고 늘 경제위기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것이다. 중국의 발전상을 보고 노무현 대통령이 받았다는 `샹하이 쇼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조차 낙오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표현인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과제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진단과 대안이 나와있지만 얼마전 한국개발연구원은 좀 색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관심을 끈다. 집단이기주의와 노동불안등 사회혼란을 경제난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지난80년대 중반 민주화와 `노동의 대폭발`이후 이후 노사관계가 조용한 적은 거의 없지만 갈수록 증폭되는 노동불안과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사회혼란이 이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된 걸림돌의 하나가 됐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수 없다. 문제는 경제의 진을 빼는 사회혼란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 않는다는데 있다,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되는 우리사회의 갈등과 혼란은 기본적으로 개발연대의 고도성장과 함께 커온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위에 서있고 그 불신은 비리와 부패와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덜썩하고 있는 굿모닝시티 사건은 고질적인 부패구조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수십년동안 부정부패척결이 새로 들어서는 정권의 단골메뉴가 돼 왔고 외환위기이후 국제기준에 의한 구조개혁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지만 개혁바람을 비껴가는 사각지대는 예나 지금이나 온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끼리만 적당히 경쟁하는 닫힌 경제에서 정부의 계획과 지시로 경제가 돌아가고 명령과 호통으로 생산성을 올릴수 있었던 권위주의시절에는 부패를 감내하고도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 끝없는 소모전과 정치논리로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치권의 비능률도 그런대로 감당해 낼수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하나로 통합되어 투명성과 신뢰기반위에서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선진경제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열린 경제에서는 더 이상 경제가 부패와 상부구조인 정치권력의 비능률을 감당할 수가 없다. 더구나 비리와 부패의 만연으로 사회전반의 불신이 증폭되고 집단이기주의만이 판치는 상황에서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 모른다. 국민소득 2만달러가 새로운 참여정부의 새로운 국정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자면 불신과 사회혼란의 진원지인 부패구조부터 도려내는 빅뱅식 개혁이 일차적인 과제가 아닌가 싶다. <논설위원(經營博) srpark@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