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파친코 황제' 한창우 마루한 회장 "전재산 2조원 한ㆍ일 양국 사회에 환원"

보유재산 2조원 육박


파친코기업인 마루한을 일본의 30대 그룹으로 키운 재일동포 기업가 한창우(80ㆍ사진) 회장이 모든 재산을 한일 양국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회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번 돈은 다 내놓고 가겠다.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내 재산은 한일 양국의 우호 발전과 각종 사회봉사에 쓰일 것"이라며 "요즘 눈만 뜨면 남은 돈을 어떻게 쓸까 연구하고 구상한다"고 말했다. '파친코 황제'로 불리는 한 회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2009년 일본 내 22위 부호로 재산이 1,320억엔(현재 환율로 1조9,100억원)에 이르는 거부다. 마루한을 시장점유율 70%(점포수 258개, 기계 15만여대)에 이르는 부동의 1위 파친코업체로 키웠고 이를 바탕으로 푸드 서비스, 청소용역, 광고, 건축, 보험, 은행업에 진출해 연간 30조원의 매출을 내는 30대 그룹으로 도약시켰다. 마루한은 파친코에 사용되는 구슬을 뜻하는 마루(丸)와 그의 성씨인 한(韓)의 합성어. 모든 수입과 지출을 실시간 전산으로 처리해 세무 당국에 제출하고 일본과 한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벌여 일본 정부로부터 3등훈장(瑞寶章) 등을,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받았다. 일본 정부로부터 이 훈장을 받은 재일교포는 이희건 신한은행 창립자와 한 회장뿐이라고 한다. 그는 "1만5,000여명의 직원이 회사 매출과 이익 규모를 자세히 알고 있다. 대부분 일류 대학을 나왔는데 (회사가) 투명성이 없고 거짓말을 한다면 누가 나를 따라오겠나. 일본은 세금이 좀 많은데 한번도 빠지지 않고 제대로 냈다. 돈은 깨끗하게 벌고 깨끗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1976년 미국 연수 도중 사망한 장남의 이름을 따 1990년 도쿄에 설립한 한철문화재단의 기금 규모를 조만간 1,400억원으로 확대해 한일 문화 교류와 우호친선, 사회봉사활동을 강화할 생각이다. 지난해 장학사업을 위해 고향인 경남 사천시에 50억원 규모로 설립한 한창우ㆍ나카코교육문화재단에도 50억원을 추가로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또 "일본은 차별이 많아 남들보다 두 배 노력하고 실력ㆍ신용ㆍ교양을 갖춰야 한다. 특히 상(商)도덕을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회사가 망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년 전 일본 국적을 취득한 한 회장은 "동포들이 거주국의 국적을 따서 국회의원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게 애국하는 것이다. 일본에 한국 이름을 가진 일본 국민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민족과 피는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한창우라는 이름은 안 바꿨다. 그렇게 안 해주면 국적을 안 바꾸겠다고 (법무성ㆍ외무성 등을) 겁박했다"며 웃었다. 그의 자녀들도 모두 한국 이름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중학생 때 渡日… 日30대 그룹으로 키워
■한창우 회장은 누구
1930년 경남 삼천포(현 사천)에서 소작농의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한 회장은 소학교(초등학교)에서 줄곧 1등을 했지만 입학금이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 1년가량 정미소에서 일하다 동네 읍장의 도움으로 1944년 중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발생한 시위 주동자로 몰린데다 학비를 대준 읍장이 남로당 하부조직의 간부로 분류돼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밀항선을 타고 징용으로 끌려갔던 큰형이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교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일교포단체 사무실에서 일을 봐주며 어렵사리 도쿄 호세이(法政)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하지만 전후 불황으로 일본인들도 취업이 어렵던 시절이라 자형이 운영하던 파친코 가게에서 일하게 됐다. 근처에 세 배 규모의 가게가 생겨 문들 닫을 처지가 되자 그는 "성공시켜 두 배로 갚겠다"고 자형을 설득해 가게를 인수,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파친코사업이 싫어 대형 볼링장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오일쇼크와 과당경쟁으로 42세에 60억엔의 빚더미에 올라앉기도 했지만 은행 간부의 도움으로 교외에 차를 몰고 가서 즐기는 대형 파친코점을 일본에 처음 선보이고 1980년 등장한 신형 파친코기계 '피버'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10년 만에 빚을 다 갚고 재기에 성공했다. 둘째아들이 경영에 가세한 뒤 젊은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노래를 듣거나 TV를 보며 즐길 수 있는 파친코 시설을 선보이는 등 서비스를 강화해 마루한을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부동의 1위 파친코업체(점포 수 258개, 기계 15만여대)로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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