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를 앞두고 저축은행들이 다시 한번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이래 줄곧 홍역을 치르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처리작업에 따른 추가 충당금 부담과 먹을거리 부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부실 부동산 PF 매각에 따른 손실 발생 문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자칫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수도권 저축은행 한두 곳이 하반기 구조조정 바람에 휩싸여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마저 나돌고 있다. ◇부실 PF 매각 충당금 부담 높아=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저축은행업계의 부실 PF를 추가로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당국은 부실 우려가 있거나 이미 부실해졌다고 평가된 PF 대출채권은 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기금 등을 통해 모두 사후정산 방식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자산관리공사는 3년 안에 부실채권을 정리하되 해당 저축은행이 공정가격으로 되살 수 있는 우선권을 갖는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캠코에 PF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모든 저축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손실 부분이다. 저축은행은 자산관리공사에 부실 PF 사업장을 매각할 경우 기존에 부실을 대비하기 위해 쌓아놓았던 충당금을 따져 매각이익이 나거나 매각손이 발생한다. 즉 충당금을 많이 쌓아놓았다면 자산관리공사에 부실 PF를 싸게 팔더라도 매각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충당금이 적다면 손실이 난다. 현재 저축은행은 충당금 적립금액이 적어 대부분 매각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금까지 자산관리공사에 세 차례에 걸쳐 PF를 팔았을 때도 거의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손실이 발생하면 BIS비율 하락으로 바로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 자본확충을 하지 못해 BIS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BIS비율이 하락하게 되면 고객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당국이 저축은행의 정상 PF를 모두 검사한다는 것도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달 말 착수한 저축은행 PF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173개 정상 사업장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장은 현재 여신건전성 분류 기준상 정상이나 요주의에 해당하는 정상 사업장들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입지조건, 경제성, 시행사와 시공사의 재무여건, 사업 진행상황 등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 아파트 건설 사업장의 경우 실제로 분양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부동산 중개업소를 탐문한다. 당국은 지난해까지 3단계로 분류하던 PF 사업장 평가를 이번에는 4단계로 세분화해 더욱 꼼꼼히 따질 방침이다. '부실우려' 또는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일제 정리하는 게 목표다. PF 정상 여신은 대출금의 0.5~3.0%를, 요주의 여신은 대출금의 7~1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지만 부실 대출인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면 충당금 적립률이 최소 30%로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상당수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이번에 재검사를 하게 되면 건전성이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여신건전성 분류 기준상 요주의가 3,000억원대에 달하는 솔로몬 등 일부 저축은행은 PF 부실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리스트 누가 오르내리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하반기 공동검사 대상 명단에 오른 일부 저축은행이 추가 퇴출대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수도권의 중대형 저축은행인 A사와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B사, 최근 매물로 오른 C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추가 증자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하반기 경기상황에 따라 건전성이 급속하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를 받는 15개 저축은행이 구조조정의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보는 당초 재무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판단되거나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큰 저축은행 22곳에 대해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부동산 PF 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곳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PF 부실은 날로 커가지만 새로운 수익원이 없다는 점도 추가적인 퇴출 저축은행의 출현을 예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대형 저축은행을 포함한 상당수 저축은행은 현재 자산을 굴릴 곳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솔로몬과 현대스위스 등 일부 대형사는 소액신용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정부의 가계부채 대응책과 맞물려 무작정 확장일로로 걷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